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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연봉 이직

개발자가 퇴사를 결심한 순간들

by 나무011 2026. 8. 31.
개발자 현직자 솔직 경험담

개발자가 퇴사를 결심한 순간들

3년 반 다닌 회사를 떠나기까지, 정말로 마음을 굳히게 만든 건 연봉이 아니었다.

퇴사한 지 두 달쯤 됐다. 주변에서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은 "연봉 때문에 나왔어?"였다. 근데 정확히 말하면 아니었다. 연봉은 나쁘지 않았고, 오히려 인상률도 평균 이상이었다. 3년 반 동안 다니면서 진짜로 마음을 굳히게 만든 순간들은 따로 있었다. 그 순간들을 하나씩 복기해봤다.

개발자가 퇴사를 결심한 순간들
개발자가 퇴사를 결심한 순간들
3년 6개월근속 기간
4번퇴사 고민한 결정적 순간
2개월최종 결심까지 걸린 시간

1. 결정적 순간들 — 연봉이 아니었던 이유

퇴사 이유를 하나로 요약할 수 없었다. 대신 3년 반 동안 쌓인 작은 균열들이 있었고, 그중 네 가지가 특히 결정적이었다.

1
방향 없는 프로젝트를 세 번째 갈아엎을 때
경영진 의사결정이 바뀔 때마다 다 만든 기능을 통째로 버렸다. 세 번째로 반복됐을 때, 내 시간이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2
1년 넘게 논의만 반복된 기술 부채
레거시 코드 리팩토링이 필요하다는 걸 팀 전체가 알면서도,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렸다. 문제를 알면서 방치하는 조직 문화가 답답했다.
3
성장이 멈췄다는 자각
비슷한 유형의 CRUD 작업만 반복하다 보니, 어느 순간 새로운 걸 배우는 게 아니라 손에 익은 걸 반복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4
동료의 갑작스러운 퇴사
가장 신뢰하던 동료가 퇴사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회사가 아니라 그 동료 덕분에 버티고 있었다는 걸 처음으로 인정하게 됐다.

2. 가장 결정적이었던 대화 — 팀장님과의 마지막 면담

퇴사를 최종적으로 결심하게 만든 건 사실 정기 면담 자리였다. 리팩토링이 필요하다고 여러 번 건의했던 부분에 대해 물어봤다.

저번 분기에 말씀드렸던 결제 모듈 리팩토링, 이번 분기 로드맵엔 포함이 안 됐던데 혹시 이유가 있을까요?
팀장 아 그거, 일단 신규 기능이 더 급해서요. 다음에 여유 생기면 다시 얘기해봐요.
그 '다음'이 벌써 세 번째 분기인데... 이 부분 때문에 매번 배포할 때마다 장애가 나는 상황이라서요.
팀장 알죠, 근데 위에서 신규 기능 우선순위를 계속 올리라고 하니까 어쩔 수 없어요.

이 대화 자체는 특별할 게 없었다. 문제는 같은 대화를 세 번째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팀장님도, 나도 문제를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걸 바꿀 힘이 없었다. 그 무력감이 연봉 몇 백보다 훨씬 크게 다가왔다.

⚠ 그때 깨달은 것 퇴사를 결심하게 만드는 건 큰 사건 하나가 아니라, "이 문제는 절대 안 바뀌겠구나"라는 확신이 쌓이는 순간이었다. 한 번의 불만은 넘길 수 있지만, 같은 문제가 세 번 반복되면 그건 예외가 아니라 구조라는 걸 알게 됐다.

3. 성장 정체를 숫자로 확인했던 순간

감이 아니라 데이터로 확인해보고 싶어서, 최근 1년간 내가 작업한 커밋 로그와 사용한 기술 스택을 직접 정리해봤다.

// 최근 1년 작업 로그 요약 const last12Months = { newTechLearned: 0, repeatedCrudTasks: 18, architectureDecisions: 0, mentoringOpportunities: 1, }; // 입사 1~2년 차와 비교 const year1to2 = { newTechLearned: 6, // Next.js, Zustand, Turborepo 등 repeatedCrudTasks: 5, architectureDecisions: 4, };

숫자로 정리하고 나니 명확했다. 입사 1~2년 차에는 새로운 기술을 6개나 배우며 성장했지만, 최근 1년은 그 수가 0이었다. 감으로만 느꼈던 "정체됐다"는 감각이 데이터로도 확인되는 순간, 마음이 훨씬 빠르게 정리됐다.

입사 1~2년 차
신규 기술 6개
아키텍처 의사결정 참여 4회, 빠른 성장 체감
최근 1년
신규 기술 0개
반복 CRUD 작업 18회, 정체 체감

4. 퇴사를 결심하고 나서도 2개월을 더 다닌 이유

결심이 섰다고 바로 사직서를 낸 건 아니었다. 감정적으로 결정하는 게 두려웠고, 정말 이 조직에서 개선할 여지가 없는지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D-60
팀장님이 아닌 상위 리더에게 리팩토링 필요성과 성장 정체 문제를 직접 건의. 반응은 긍정적이었지만 구체적인 액션은 없었다.
D-40
이직 시장을 조용히 살펴보며, 실제로 원하는 방향(신규 서비스 개발, 아키텍처 결정 참여 기회)의 채용 공고를 리스트업했다.
D-20
한 번 더 팀장님께 상황을 공유했지만, 조직 구조상 단기간에 바뀌기 어렵다는 답을 받았다.
D-Day
감정이 아니라 확인된 사실을 근거로 사직서를 제출. 후회 없이 결정할 수 있었던 건 이 2개월의 확인 과정 덕분이었다.
💡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면 퇴사를 감정적으로 결정하면 나중에 "그때 좀 더 해볼 걸"이라는 후회가 남기 쉽다. 결심이 서더라도 한 번은 조직에 직접 문제를 건의해보고, 그 반응까지 확인한 뒤 결정하면 훨씬 후회가 적다.
퇴사 두 달 후 소감

이직한 회사에서는 아키텍처 논의에 매주 참여하고 있고, 새로운 기술 스택도 벌써 두 개나 익혔다. 연봉은 이전 회사와 큰 차이가 없지만, 성장 체감은 확연히 다르다. 결국 나를 붙잡았던 건 돈이 아니라 "내가 여기서 나아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퇴사 전 6개월 — 업무 만족도3 / 10
 
퇴사 결심 시점 — 확신도8 / 10
 
이직 후 현재 — 업무 만족도8.5 / 10
 
"퇴사를 결심하게 만든 건 큰 사건이 아니라,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는 확신이었다."
2026년 상반기 기준, 개발자 이직 사유 설문에서 연봉 다음으로 자주 언급되는 게 '기술적 성장 정체'와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답답함'이라는 이야기를 여러 커뮤니티에서 접했다. 다만 조사 방식과 표본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니, 절대적인 수치보다는 참고 자료로 받아들이는 게 좋다.

결론

퇴사를 결심하게 만드는 건 대부분 하나의 큰 사건이 아니라, 작은 균열들이 쌓여 "이건 절대 안 바뀌겠다"는 확신으로 굳어지는 순간이었다. 연봉만 보고 이직을 고민하던 나에게, 실제로 마음을 흔든 건 성장 정체와 조직의 무력감이었다는 걸 이번 경험으로 확실히 배웠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면, 감정만으로 결정하기보다 데이터로 스스로의 상황을 한 번 점검해보길 권하고 싶다.

여러분의 퇴사 결심 순간은 언제였나요?

퇴사를 고민했거나 실제로 결심했던 순간이 있다면 댓글로 나눠주세요. 지금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다른 개발자분들께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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