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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연봉 이직

같은 스펙인데 연봉이 다른 이유 - 협상력의 차이

by 나무011 2026. 8. 25.
개발자 현직자 솔직 경험담

같은 스펙인데 연봉이 다른 이유
— 협상력의 차이

3년 차 프론트엔드, 같은 회사 같은 포지션 동기와 3,800만 원 차이가 난 이유를 복기하며 쓴 글입니다.

입사 동기 중에 나랑 정말 스펙이 비슷한 친구가 있었다. 같은 대학교, 같은 국비 부트캠프 출신은 아니지만 비슷한 시기에 프론트엔드로 전향, 경력도 3년 6개월 vs 3년 9개월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기술 스택도 겹쳤다. Next.js, TypeScript, Tailwind 위주로 이력서를 채웠고, 포트폴리오 프로젝트 개수도 비슷했다.

그런데 같은 회사에 이직하면서 받은 연봉이 3,800만 원 차이가 났다. 처음엔 "저 친구가 나보다 훨씬 잘하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근데 몇 달 지나서 같이 일해보니 실력 차이는 크지 않았다. 오히려 코드 리뷰에서는 내가 더 지적을 덜 받는 편이었다. 그럼 뭐가 달랐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협상 과정 자체가 완전히 달랐다.

같은 스펙인데 연봉이 다른 이유
같은 스펙인데 연봉이 다른 이유
3,800만최종 연봉 차이
1회내가 제시한 카운터 횟수
3회동기가 제시한 카운터 횟수

1. 첫 번째 실수 — 나는 숫자를 먼저 말하지 않았다

2024년 초, 이직 면접 마지막 단계에서 인사팀과 처우 협의를 했다. 그때 나눈 대화를 최대한 정확히 복기해봤다.

인사팀 희망 연봉이 어떻게 되세요?
음... 회사 내규에 맞춰서 주시면 될 것 같아요. 현재 연봉 기준으로 조정 부탁드립니다.
인사팀 네, 그럼 현재 연봉 기준 105% 정도로 제안드릴게요.

이 대화가 끝이었다. 나는 협상이라고 부를 만한 어떤 시도도 하지 않았다. "회사가 알아서 잘 주겠지"라는 생각,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숫자를 먼저 말하는 게 무례하게 느껴질까 봐 두려웠다. 결과적으로 회사는 내가 제시한 앵커(기준점)가 없으니 자기들 기준으로 가장 무난한 인상률을 제시했고, 나는 그걸 그대로 받았다.

⚠ 놓친 포인트 협상에서 먼저 숫자를 말하는 쪽이 항상 불리한 건 아니다. 오히려 시장 데이터를 근거로 구체적인 숫자를 먼저 제시하면, 그 숫자가 협상의 기준점(앵커)이 되어 이후 조정 폭이 그 근처에서 결정된다. 내가 침묵한 순간, 앵커링 권한을 회사에 넘긴 셈이었다.

2. 동기는 어떻게 했나 — 복기해서 들은 이야기

나중에 친해지고 나서 동기한테 그때 어떻게 협상했는지 물어봤다. 본인이 알려준 내용을 최대한 그대로 재구성하면 이렇다.

인사팀 희망 연봉이 어떻게 되세요?
동기 현재 연봉이 5,200이고, 최근 진행 중인 다른 곳에서 5,800 오퍼를 받은 상태라 그 수준을 기준으로 검토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다만 이 회사의 기술 스택과 팀 문화가 저한테 더 맞다고 판단해서, 6,000이면 바로 결정하고 싶습니다.

이 짧은 말 안에 세 가지가 다 들어있었다. ① 현재 연봉이라는 기준점, ② 경쟁 오퍼라는 외부 근거, ③ 즉시 결정 가능한 명확한 숫자. 이게 협상 테이블에서 얼마나 강력한지 그땐 몰랐다. 인사팀 입장에서는 "이 사람은 다른 선택지가 있고, 우리가 6,000을 주면 바로 계약이 성사된다"는 확실한 신호를 받은 거다.

나의 협상
현재연봉 × 1.05
기준점 없음, 경쟁 오퍼 없음, 애매한 태도
동기의 협상
현재연봉 + 경쟁오퍼 + 확답 조건
명확한 앵커, 외부 근거, 즉시 결정 신호

3. "경쟁 오퍼가 없는데 어떻게 하나요" — 내가 다음번에 바꾼 것들

1년 뒤 두 번째 이직 때는 다르게 접근했다. 사실 진짜 경쟁 오퍼가 없는 상태였다. 그래도 아래 순서로 준비했다.

D-30
잡플래닛, 리멤버, 원티드 연봉 정보와 지인 3명(비슷 연차 프론트엔드) 실제 연봉을 교차 확인해서 시장가 범위를 파악했다.
D-20
동시에 다른 회사 두 곳에 지원해서 최소 하나의 실제 오퍼를 손에 쥔 상태로 최종 면접에 들어갔다.
D-3
희망 연봉을 시장가 상단 + 300만 원으로 미리 정해두고, 그 이유(리드 경험, Next.js 마이그레이션 프로젝트 성과)를 한 문단으로 정리해뒀다.
D-Day
인사팀이 먼저 물어보기 전에 "저는 6,400을 생각하고 있고,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라고 먼저 숫자를 던졌다.
결과

최초 제시받은 인상률 기준 예상 연봉은 5,900이었지만, 최종적으로 6,300에 계약했다. 처음 침묵으로 협상을 날렸던 경험과 비교하면 같은 이직 상황에서 400만 원 이상 차이가 났다. 실력이 늘어서가 아니라, 협상 준비량이 달라져서였다.

4. 이력서보다 중요했던 건 "숫자를 말하는 연습"이었다

여기서 재밌는 건, 협상 스크립트를 준비하면서 코드 리뷰하듯이 접근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노션에 이렇게 정리해뒀다.

// negotiation_prep.md const myMarketRange = { min: 5800, max: 6500 }; const currentSalary = 5200; const targetOffer = myMarketRange.max - 100; // 절대 먼저 하지 말 것 avoid("회사 내규에 맞춰주세요"); avoid("생각해보겠습니다 (숫자 없이)"); // 반드시 준비할 것 prepare("구체적 숫자 + 근거 한 문장"); prepare("거절당했을 때의 대안(플랜 B)");

웃긴 얘기지만 이 스크립트를 3번 정도 소리 내서 연습했다. 개발할 땐 코드 리뷰 전에 self-review를 하면서 로직을 점검하듯, 협상도 똑같이 리허설이 필요하다는 걸 그때 알았다.

💡 실전 팁 "생각해보겠습니다"는 협상에서 가장 위험한 답이다. 대신 "현재 X를 받고 있고, Y 정도면 바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처럼 조건부 확답 형태로 말하면 상대방도 명확한 기준으로 움직인다.

5. 협상력이 스펙보다 중요하다는 게 아니라, 스펙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

오해하면 안 되는 게, 실력이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가 아니다. 애초에 시장가 자체를 모르면 협상할 근거도 없다. 다만 같은 실력, 같은 스펙이라도 이 정보를 "숫자로 변환해서 말할 수 있는가"가 실제 연봉을 가른다는 걸 두 번의 이직을 통해 체감했다.

  • 시장가는 최소 3곳 이상의 소스로 교차 검증한다 (커뮤니티 하나만 믿지 않기)
  • 가능하면 실제 경쟁 오퍼를 최소 1개는 만들어두고 협상에 들어간다
  • 숫자는 인사팀이 묻기 전에 먼저 제시한다 — 앵커링 효과
  • "생각해보겠습니다" 대신 조건부 확답으로 말한다
  • 거절당했을 때의 플랜 B를 미리 정해두면 협상 중 흔들리지 않는다
"협상은 성격이 아니라 준비의 문제였다."
참고로 2026년 상반기 기준, 3~4년 차 프론트엔드 개발자의 이직 시 연봉 인상 폭은 평균 12~18% 선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건 평균값이고, 실제로는 협상 준비 여부에 따라 개인차가 훨씬 컸다는 게 내 체감이다. 회사마다, 팀마다 편차가 크니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기보다는 참고 자료로만 활용하는 걸 추천한다.

결론

같은 스펙, 같은 실력이어도 연봉은 다를 수 있다. 그 차이는 대부분 "협상 테이블에서 무엇을 준비했는가"에서 갈렸다. 나는 두 번의 이직을 겪고 나서야 이걸 깨달았고, 지금은 후배들한테도 이력서보다 협상 스크립트를 먼저 써보라고 얘기한다. 스펙은 입장권일 뿐이고, 그 안에서 얼마를 받을지는 결국 협상력이 결정한다.

여러분의 협상 경험은 어땠나요?

이직이나 연봉 협상에서 겪은 시행착오, 혹은 잘 풀렸던 순간이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주세요. 다음 협상을 준비하는 다른 개발자분들께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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