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기업 탈락하고
중소 개발사에서 성장한 이야기
카카오, 라인, 토스에 탈락하고 20명짜리 회사에 들어갔다 — 지금은 그게 맞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탈락 기록 — 숫자로 보면 이렇다
취준 8개월 동안 테크 기업 지원서를 50개 넘게 넣었다. 그 중 최종 면접까지 간 것이 세 곳. 모두 떨어졌다. 카카오 최종 면탈, 라인 코딩테스트 통과 후 기술 면접 탈락, 토스 서류 탈락. 기록으로 정리하면 냉정하게 보인다.

# 취준 8개월 — 주요 테크 기업 지원 결과
[FAIL] 카카오 FE → 최종 면접 탈락 (역대 제일 아팠음)
[FAIL] 라인 FE → 기술 면접 탈락 (React 내부 동작 질문에서 막힘)
[FAIL] 토스 FE → 서류 탈락 (포트폴리오 부족 추정)
[FAIL] 배달의민족 → 코딩테스트 탈락
[FAIL] 당근 FE → 서류 탈락
[FAIL] 리디 FE → 기술 과제 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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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S] 중소 스타트업 A → 최종 합격 (팀원 8명)
[PASS] 중소 개발사 B → 최종 합격 (팀원 22명) ← 입사 선택
# 둘 중 B 선택 이유: 스택이 Next.js + TS, 코드 리뷰 문화 있음
제목: "[카카오] 프론트엔드 개발자 채용 결과 안내". 본문은 열 줄도 안 됐다. "귀하의 지원에 감사드립니다"로 시작하는 그 이메일. 3개월 준비하고, 면접 두 번을 통과했는데 마지막에서 떨어졌다. 잠깐 멍했다. 이상하게 눈물은 안 났다. 그냥 허했다.
그날 저녁에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 사서 혼자 마셨다. "준비가 부족했나, 아니면 운이 없었나"를 계속 생각했다. 답은 안 나왔다. 그냥 그날은 그렇게 끝났다.
왜 중소 개발사를 선택했나
두 곳에서 합격이 왔다. 스타트업과 중소 개발사. 당시 나는 솔직히 두 곳 다 "테크 기업이 안 돼서 가는 곳"으로 생각했다.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됐지만, 그때는 그랬다.
면접 과정에서 기술 리드한테 받은 인상이 결정적이었다. "저희는 PR을 꼭 리뷰하고 머지합니다. 주니어라도 시니어 코드에 리뷰 달 수 있어요"라는 한 마디. 그게 그냥 멘트인지 진심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 말을 하는 방식이 진심으로 들렸다.
스택도 Next.js 14 App Router를 이미 쓰고 있었다. 내가 포트폴리오에서 쓴 것과 같아서 첫날부터 코드가 낯설지 않을 것 같았다. 규모는 작아도 기술 방향은 내가 원하는 쪽이었다. 그게 결정적이었다.
입사 첫 달 — 기대와 다른 점들
큰 기대는 없었다. 테크 기업이 안 돼서 온 곳이라는 생각이 있었고, 어차피 1~2년 경험 쌓고 다시 테크 기업 노린다는 계획이었다. 그 계획이 3개월 만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내 역할이 명확하게 나뉘어 있을 것이다
잘 정리된 온보딩 문서가 있을 것이다
코드 리뷰 문화가 엄격하게 지켜질 것이다
성장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이 있을 것이다
프론트엔드부터 배포까지 내가 직접 다 했다
온보딩이 없어서 직접 만들었다 (그게 첫 기여)
코드 리뷰가 생각보다 진지하게 이뤄졌다
성장은 내가 알아서 했고 그게 더 빠른 성장이었다
중소 개발사에서 1년 — 성장 타임라인
코드베이스가 생각보다 복잡했다. 레거시 패턴과 새 패턴이 섞여 있었다.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을 노션에 기록하면서 파악했다. 온보딩 문서가 없어서 내가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이게 직접 기여인가?" 싶었는데, 팀장이 "이거 진짜 필요했던 거야"라고 했다.
알림 센터 기능을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맡았다. UI 컴포넌트 설계, 상태 관리 구조, API 연동 방식, 실시간 업데이트 처리까지. 테크 기업이었다면 이 중 하나를 맡았겠지만, 여기서는 전부 내 판단이었다. 무서웠고, 잘못 설계하면 다 다시 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결정을 내렸다. 그 경험이 설계 감각을 만들었다.
메인 리스트 페이지가 느리다는 사용자 제보가 왔다. 원인 분석부터 수정까지 내가 맡았다. 불필요한 리렌더링, 이미지 최적화 누락, API 요청 중복. 세 가지를 고쳤더니 LCP가 4.2초에서 1.8초로 줄었다. "내가 만든 것이 실제 사용자에게 영향을 줬다"는 걸 처음으로 숫자로 확인했다.
스프린트 계획 회의에서 처음으로 "이 방식보다 이렇게 하면 더 빠를 것 같아요"를 말했다. 작은 말이었지만, 팀장이 "좋은 의견이에요, 한번 해봐요"라고 했다. 그날 이후로 회의에서 말하는 빈도가 늘었다. 기술적 근거가 있으면 말해도 된다는 걸 그때 배웠다.
새 인턴이 들어왔는데 팀장이 "온보딩은 맡겨볼게요"라고 했다. 내가 만들어놓은 문서를 기반으로 진행했다. 설명하면서 내가 이해하고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명확해졌다. "가르치는 게 배우는 것"이라는 말이 그때 처음 실감났다.
1년 후 달라진 기술 레벨
인원이 적을수록 한 사람이 담당하는 범위가 넓다. 테크 기업이었다면 프론트엔드 한 기능의 특정 부분만 담당했을 텐데, 여기서는 기획 검토부터 배포까지 전체 흐름을 경험했다. 그 넓이가 단기간에 빠른 성장을 만들었다.
테크 기업 탈락이 가르쳐준 것들
카카오 최종에서 떨어진 이유가 뭔지 정확히 모른다. 그런데 1년 후 지금 보면 그때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더 잘 한다. 탈락은 그 시점의 핏이 맞지 않은 것이지, 앞으로도 안 된다는 뜻이 아니었다.
코드 리뷰 문화가 있는 20명짜리 회사가 문화 없는 200명짜리 회사보다 성장에 좋을 수 있다. 입사 전 "팀에서 실제로 어떻게 일하는지"를 확인하는 게 사이즈보다 더 중요한 기준이었다.
인원 적음 → 담당 범위 넓음 → 판단 기회 많음 → 실수도 많음 → 빠른 피드백 → 빠른 성장. 이 공식이 실제로 작동했다. 안전망이 없어서 무서웠는데, 그게 오히려 성장 속도를 높였다.
"실패하고 간 곳"이 아니라 "준비하는 곳"으로 마인드가 바뀌면서 일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지금 이 경험이 재도전할 때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는 걸 안다.
테크 기업이 답이 아니라, 지금 나에게 맞는 환경이 답이다. 그 환경이 때로는 20명짜리 회사일 수 있다.
지금 테크 기업 탈락하고 고민 중인 분들에게
탈락이 커리어의 끝이 아니다. 카카오 최종 탈락 통보를 받던 날 그게 끝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 탈락이 없었다면 중소 개발사에서 1년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고, 그 1년이 없었다면 지금 내가 가진 경험들이 없었을 것이다. 탈락은 경로가 달라지는 것이지 멈추는 것이 아니다.
어디서 일하느냐보다 어떻게 일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같은 중소 개발사에 있어도 수동적으로 일하는 사람과 능동적으로 일하는 사람의 1년 후가 다르다. 나는 온보딩 문서를 만들고, 성능 이슈를 직접 찾아서 고치고, 기술적 의견을 냈다. 그게 환경보다 더 성장에 영향을 줬다.
지금 회사를 잘 다니는 게 재도전의 준비다. "어차피 잠깐 있다가 갈 곳"이라고 생각하면 일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지금 여기서 최대한 많이 배우고 기여하는 게 다음 이직 때 가장 강한 근거가 된다. 중소 개발사 경험 1년이 포트폴리오의 핵심이 될 수 있다.
팀 규모보다 이 세 가지를 확인한다. 첫째, 코드 리뷰를 실제로 하는지 (면접에서 최근 PR 예시를 보여달라고 하면 된다). 둘째, 기술 부채를 인식하고 있는지 (있다는 게 나쁜 게 아니라, 인식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셋째, 주니어에게 판단 기회를 주는지. 이 세 가지가 맞으면 규모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지금 다시 테크 기업에 지원하고 있다. 1년 전과 다른 점은 이 지원이 "도망"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소 개발사에서 쌓은 경험, 127개의 PR, 4.2초짜리 페이지를 1.8초로 만든 기록, 온보딩 문서 — 이게 전부 내 이야기가 됐다.
카카오 최종 면접 탈락 통보 이메일을 열었던 그날 저녁이 생각난다. 그때는 그게 끝처럼 보였다. 지금은 그 탈락이 지금 여기까지 오게 만든 시작점이었다는 걸 안다. 돌아가는 길이 때로는 더 빠른 길이다.
💬 취업 경로가 계획과 달랐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테크 기업 탈락 후 선택한 길, 중소 개발사에서의 경험, 혹은 예상과 다른 곳에서 성장한 이야기 — 어떤 경험이든 댓글로 나눠주세요. 지금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에게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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