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짜는 시간보다
고민하는 시간이 더 긴 이유
하루 8시간 중 실제 타이핑은 90분, 나머지는 전부 생각이었다는 걸 기록해보고 알았다.
비개발자 친구가 "하루 종일 뭐해?"라고 물어봐서 별생각 없이 "코드 짜지"라고 답했는데, 문득 이게 정확한 답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실제로 손을 움직여 타이핑하는 시간과 화면을 보며 생각만 하는 시간을 구분해서 일주일간 기록해봤다.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극단적이었다.

1. 처음엔 "일을 안 하고 있나"라는 죄책감이 들었다
기록을 시작한 계기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근데 막상 시간을 재보니, 하루 8시간 중 실제 코드를 작성하는 시간은 고작 1시간 반이었고, 나머지는 화면을 보며 멍하니 있거나, 종이에 뭔가를 끄적이거나, 그냥 걸어 다니며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처음엔 이 사실이 불안했다. "내가 일을 제대로 안 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근데 그 5시간 반 동안 실제로 뭘 하고 있었는지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절대 노는 시간이 아니었다.
2. 그 5시간 반 동안 실제로 한 일들
일주일 동안 기록한 내용을 다시 분류해보니, 고민 시간도 종류가 다양했다.
- 문제 이해 (약 1.5시간) — 요구사항이 애매한 부분을 다시 읽고, 관련 코드를 찾아 읽는 시간
- 설계 고민 (약 2시간) — 어떤 구조로 짤지, 기존 코드와 어떻게 연결할지 종이에 그려보는 시간
- 디버깅 사고 (약 1.5시간) — 콘솔 로그를 보며 "왜 이렇게 동작하지"를 추리하는 시간
- 대안 비교 (약 0.5시간) — 두세 가지 구현 방식 중 어떤 게 나을지 장단점을 따지는 시간
이렇게 나눠보니, 타이핑은 이미 결정된 것을 코드로 옮기는 마지막 단계일 뿐이었다. 진짜 어려운 일은 그 전 단계에서 다 끝나 있었다.
3. 팀에서 이 사실을 오해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이 기록을 팀 회고에서 공유했더니, 흥미로운 반응이 나왔다.
이 대화 이후로, 일정 산정 방식 자체가 조금 달라졌다. "이 기능 코딩하는 데 얼마 걸려요?"라는 질문에 예전엔 순수 작업량만 생각했다면, 이제는 설계와 디버깅까지 포함한 현실적인 시간을 이야기하게 됐다.
4. 고민 시간을 줄이는 게 아니라, 잘 쓰는 게 답이었다
처음엔 "고민 시간을 줄여서 타이핑 시간을 늘려야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몇 주 실험해보니 그건 방향이 잘못됐다는 걸 알게 됐다. 오히려 고민 시간을 억지로 줄이면 코드 품질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개발자의 일은 타이핑이 아니라 사고 과정 자체였다. 코드는 그 사고의 결과물을 옮겨 적는 마지막 단계일 뿐이고, 진짜 실력 차이는 그 사고 과정을 얼마나 정교하게 하는가에서 갈렸다.
결론
코드를 짜는 시간보다 고민하는 시간이 더 길다는 걸 직접 기록해보고 나서야 확인했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니, 스스로에게도 팀에게도 더 정직하게 일정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 타이핑 속도를 높이려 애쓰기보다, 고민하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확보하고 잘 쓰는 것이 결과적으로 더 좋은 코드와 더 적은 재작업으로 이어진다는 걸 배웠다. 혹시 스스로 "왜 이렇게 코드를 안 짜고 있지"라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면, 그 시간이 사실은 가장 중요한 작업 중이라는 걸 꼭 말해주고 싶다.
여러분의 고민-타이핑 비율은 어떠신가요?
직접 시간을 재보고 느낀 점이나, 고민 시간을 잘 활용하는 노하우가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주세요. 비슷한 궁금증을 가진 다른 개발자분들께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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