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vs 대기업,
첫 직장을 선택하며 고민한 것들
취준생 시절 나를 가장 오래 붙잡았던 질문에 대한 솔직한 회고
최종 면접 합격 문자가 두 개였다
카카오 계열사 최종 합격 문자와, 시리즈 B 핀테크 스타트업 합격 문자가 거의 동시에 왔다. 핸드폰을 들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준비할 때는 "어디든 붙기만 해봐라"였는데, 막상 두 군데 다 되니까 진짜 고민이 시작됐다.
그때가 2023년 초였다. 부트캠프 수료 후 약 8개월을 취준하면서 지원서를 80개 넘게 넣었고, 코딩 테스트를 30번쯤 봤고, 기술 면접에서 떨어진 게 12번이었다. 숫자가 이렇게 선명한 건 스프레드시트에 다 기록해뒀기 때문이다. 취준 중에는 그게 정신을 붙잡는 방법이었다.
결국 스타트업을 선택했다. 그리고 2년이 조금 지난 지금, 그 선택이 어땠는지 솔직하게 정리해보려 한다. 아직도 "그때 대기업 가는 게 맞지 않았나" 싶은 순간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반대로 "스타트업이라서 할 수 있었다"고 느끼는 것들도 있다. 양쪽 다 솔직하게 써보겠다.

나는 어떤 기준으로 비교했나
합격 연락을 받은 날 밤, 나는 노션에 비교 표를 만들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 표가 좀 웃기다. "성장 가능성", "워라밸", "연봉", "스택", "팀 문화" 같은 항목들이 줄줄이 있었는데, 솔직히 정보가 없었다. 면접 때 느낀 인상과 인터넷 후기 몇 개가 전부였다.
스타트업 쪽은 면접관이 CTO였다. 기술 얘기를 꽤 깊게 했고, 내가 부트캠프 프로젝트에서 Next.js로 SSR을 구현한 부분을 물어봤을 때 눈이 반짝이는 걸 느꼈다. 대기업 쪽은 면접관이 팀장급 3명이었고, 체계적이었지만 내가 얼마나 잘 보일 수 있는 자리인지 모르겠었다.
그때 내가 실제로 중요하게 본 것들을 정리하면 이렇다.
| 비교 항목 | 시리즈B 스타트업 | 카카오 계열사 |
|---|---|---|
| 초봉 (제안) | 4,200만 원 | 4,000만 원 |
| 스톡옵션 | 있음 (협의) | 없음 |
| 기술 스택 | Next.js, TypeScript, Prisma | 사내 레거시 + React |
| 팀 규모 | 프론트 3명 | 프론트 20명+ |
| 의사결정 속도 | 빠를 것 같음 (추정) | 느릴 것 같음 (추정) |
| 안정성 | 불확실 | 높음 |
| 브랜드 이름값 | 낮음 | 높음 |
저 표의 절반은 그냥 내 추정이었다. "의사결정 빠를 것 같음"은 면접 인상 하나로 판단한 거다. 실제 조직 문화는 들어가봐야 안다는 걸, 당시엔 몰랐다.
주변 반응은 전부 대기업이었다
부모님, 친척들, 심지어 같이 취준하던 친구들까지 — 전부 대기업을 권했다. 반응이 너무 일관돼서 오히려 이상했다.
부모님은 "스타트업은 망하면 어쩌냐"고 했고, 부트캠프 동기는 "이름값이 있어야 다음 이직도 편하다"고 했다. 틀린 말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더 답답했다. 다 맞는 말인데, 나는 왜 스타트업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지?
"이름값이 있어야 다음 이직도 편하다"는 말이 완전히 틀리지는 않지만, 첫 직장에서 무엇을 배우느냐가 그 이름값을 만들어준다는 것도 사실이다.
며칠을 생각하다가 결국 내가 내린 기준은 하나였다. "2년 후에 내가 무슨 개발자가 되어 있을 것 같냐." 대기업 쪽은 체계적인 온보딩과 코드 리뷰 문화가 좋을 것 같았지만, 내가 담당할 영역이 너무 좁을 것 같았다. 스타트업 쪽은 불안했지만, 많이 만들고 많이 깨질 것 같았다.
스타트업에서 실제로 겪은 것들
입사 첫 주에 레거시 코드를 혼자 분석해서 다음 주에 기능 하나를 붙여야 했다. 온보딩 문서가 반쯤 비어 있었다. 물어볼 수 있었지만 CTO도 바빴고, 프론트 선배는 나 포함 셋이 전부인데 다들 각자 PR을 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가장 빠른 성장이었다. 물에 던져놓은 것과 같았는데, 수영을 배웠다. 3개월 차에는 Next.js 13 앱 라우터로 마이그레이션을 내가 주도했다. 대기업이었다면 아마 주니어한테 이런 작업을 맡기지 않았을 것이다.
레포 클론하고 README 읽으면서 혼자 세팅했다. 에러 만나면 슬랙에 올리거나 스스로 해결. 고통스러웠지만 코드베이스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다.
Pages Router → App Router 전환을 내가 제안하고 실행했다. 실패하면 내 책임이었지만, 성공하면 내 포트폴리오였다. 배포 날 밤 11시까지 있었다.
팀원 한 명이 갑자기 퇴사했다. 갑자기 업무가 1.5배가 됐다. 야근이 2주 이상 이어졌다. 스타트업의 현실을 처음 제대로 맛봤다.
링크드인으로 외부 헤드헌팅 연락이 왔다. GitHub 잔디와 스타트업에서 쌓은 경험이 보인다고 했다. 거절했지만, 선택지가 생겼다는 게 달랐다.
솔직히 후회한 적도 있다
팀원이 나가고 야근이 쌓이던 시기에, 카카오 계열사 간 동기한테 연락이 왔다. 칼퇴하고 사내 스터디 간다고 했다. 그때 진심으로 부러웠다.
연봉 인상도 생각보다 느렸다. 스타트업이라 성과에 따라 빠를 줄 알았는데, 회사 상황이 좋지 않은 분기에는 동결이었다. 대기업은 인상률이 정해져 있어서 예측 가능하다고 들었다. 불확실성이 이렇게 스트레스인지 몰랐다.
스타트업 = 빠른 성장이라는 공식은 항상 성립하지 않는다. 조직이 급하게 돌아갈수록 체계가 없고, 배우는 것도 있지만 나쁜 습관을 혼자 들이기도 한다. 코드 리뷰가 제대로 안 되는 환경이면, 내 코드 수준이 객관적으로 어느 정도인지 모른 채 1년이 지난다.
내가 다니는 회사가 좋은 편이어서 다행이었지만, 모든 스타트업이 이렇지 않다는 걸 주변 친구들을 보면서 알았다. 야근에 낮은 연봉, 그리고 배우는 것도 없는 최악의 조합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래서 어느 쪽이 맞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말하면, 사람마다 다르다. 뻔한 소리 같지만 진짜 그렇다. 중요한 건 "스타트업 vs 대기업"이라는 이분법이 아니라, 본인이 어떤 환경에서 성장하는 타입인지를 아는 것이다.
나는 방치됐을 때 스스로 파고드는 편이었다. 모르면 불안한 게 아니라 더 찾아보게 됐다. 그런 사람한테는 스타트업이 맞을 수 있다. 반대로 좋은 코드가 어떤 건지 먼저 보고 싶은 사람, 탄탄한 기반 위에서 깊이를 쌓고 싶은 사람한테는 코드 리뷰 문화가 잘 잡힌 대기업이 더 나을 수 있다.
고민 중인 분들께 전하고 싶은 것
첫째, 면접 때 꼭 확인하라. "제 코드를 누가 리뷰해 주나요?", "신입이 맡을 수 있는 업무의 범위가 어느 정도인가요?" 이 두 질문만 제대로 물어봐도 회사의 온보딩 문화가 어느 정도 보인다.
둘째, 기술 스택을 따라가지 말고 팀을 봐라. Next.js 쓴다고 적혀 있어도, 그게 제대로 활용되는지는 다른 문제다. 면접 때 실제로 어떻게 쓰고 있냐고 구체적으로 물어보면 반응이 확연히 다르다.
셋째, 스톡옵션 이야기가 나오면 숫자를 꼭 확인해라. "스톡옵션 드립니다"는 회사마다 의미가 너무 다르다. 행사 가격, 수량, 베스팅 조건을 직접 물어봐야 한다. 처음엔 민망하지만, 입사하고 나서 아는 것보다 낫다.
첫 직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빠른 피드백 루프다. 내가 짠 코드가 실제로 어떻게 동작하는지, 뭐가 잘못됐는지를 빠르게 알 수 있는 환경인지가 핵심이다. 그 조건을 만족하는 회사라면, 스타트업이든 대기업이든 큰 틀에서 괜찮다고 생각한다.
2년이 지난 지금, 스타트업을 선택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하지만 대기업 간 동기가 틀린 것도 아니다. 각자 다른 경로로 각자에게 맞는 개발자가 되어가고 있다. 결국 어디서 시작하느냐보다, 어떻게 보내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 — 이 말도 뻔하지만, 직접 겪어보니 진짜였다.
💬 여러분은 어떻게 첫 직장을 선택하셨나요?
스타트업과 대기업 중 고민하셨거나, 이미 선택하신 분들의 경험이 궁금합니다.
어떤 기준으로 결정하셨는지 댓글로 남겨주세요 — 취준 중인 분들께 큰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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