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3년 지기 개발자 친구였다. 같이 사이드 프로젝트도 만들었고, 코드 리뷰도 주고받았다. "맞다, 우리 둘이서 창업하면 되겠다"는 말이 어느 날 밤 자연스럽게 나왔다. 기술력은 있었다. 아이디어도 있었다. 그리고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했다.
8개월 후 우리는 갈라졌다. 서비스는 접었고, 지분 문제로 연락이 끊겼다. 3년의 우정이 8개월의 창업으로 끝났다.
이 글은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최대한 솔직하게 쓴 것이다. 상대방을 비난하는 글이 아니다. 돌아보면 내 잘못도 분명히 있었고, 우리 둘 다 몰랐던 것들이 있었다. 비슷한 걸 꿈꾸는 개발자에게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길 바란다.
개발자 둘이서 창업했을 때 갈라진 이유
8개월
창업 후 해산까지 걸린 시간
5가지
갈라진 핵심 원인
3년
창업 전 우정 기간
0원
창업 계약서에 쓴 금액
처음엔 완벽해 보였다
나는 기획과 프론트엔드를 맡고, 친구 J는 백엔드와 인프라를 맡기로 했다. 역할이 명확히 나뉜 것 같았다. 둘 다 Next.js를 할 줄 알았고, 각자 강점이 달랐다. 아이디어는 내가 먼저 냈지만 J가 "같이 하자"고 적극적으로 나섰다.
처음 한 달은 정말 좋았다. 매일 저녁 통화했고, 노션에 기획서를 채웠고, GitHub에 커밋이 쌓였다. "우리 진짜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들뜸이 가라앉기 시작한 건 두 달째부터였다.
"창업은 우정을 증명하는 과정이 아니었다. 우정이 가려주던 것들을 드러내는 과정이었다."
— 해산 후 쓴 일기
균열의 타임라인
🚀
Month 1 — 허니문
매일 통화, 노션 채우기, 설렘
역할 분담을 정했다. 계약서는 "나중에 쓰자"고 미뤘다. 지분은 50:50이라고 구두로만 얘기했다. 그게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친구니까.
커밋 첫 주 각자 30개
⚡
Month 2~3 — 속도 차이
커밋이 불균형해지기 시작했다
J가 회사 업무가 바빠졌다. 약속한 기능이 늦어졌다. 나는 프론트를 다 만들고 백엔드 API를 기다렸다. 재촉하면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말을 안 하면 일이 안 됐다. 처음으로 "이게 맞나" 싶었다.
나 커밋 82개 / J 커밋 28개
💥
Month 4~5 — 방향 충돌
"빠르게 출시하자" vs "완성도를 높이자"
나는 MVP를 빨리 내고 피드백을 받고 싶었다. J는 "이 퀄리티로 내면 욕먹는다"고 했다. 둘 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 쪽도 양보하지 않았다. 이 대화가 세 번 반복됐다. 세 번째에는 서로 언성이 높아졌다.
첫 번째 진지한 다툼 발생
🔥
Month 6~7 — 지분 문제 수면 위로
"50:50이 아닌 것 같다"는 말이 처음 나왔다
J가 먼저 꺼냈다. "아이디어도 네가 냈고 기여도 네가 더 많으니, 지분을 조정하자"고 했다. 나는 당황했다. 50:50으로 합의한 거 아니었나. J는 "그건 처음 얘기고, 지금 상황이 다르다"고 했다. 이 대화는 결론 없이 끝났다. 그 뒤로 통화가 줄었다.
가장 결정적인 균열 시작
🌑
Month 8 — 해산
서로 말이 없어졌고, 자연스럽게 끝났다
마지막 통화에서 우리는 "일단 쉬자"고 했다. 그게 사실상 해산이었다. 서비스는 도메인 만료와 함께 사라졌다. 지분 정리는 계약서가 없어서 그냥 없던 일이 됐다. 친구 사이도 그때부터 어색해졌다.
현재 연락 없음
갈라진 진짜 이유 5가지
01
REASON 01
계약서를 안 썼다 — "친구끼린 필요 없잖아"
창업 초기에 계약서 얘기를 꺼내는 게 왠지 어색했다. "우리 사이에 그런 게 필요해?"라는 느낌. 지분, 역할, 의사결정 방식, 해산 시 처리 방법. 이걸 문서로 남기는 게 우정을 의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실제로는 반대다. 계약서가 없으니까 나중에 "우리가 처음에 뭐라고 했지?"를 서로 다르게 기억하게 됐다. 구두 합의는 기억이 편의대로 왜곡된다.
"계약서는 불신의 증거가 아니라, 나중에 기억이 달라졌을 때 돌아볼 공통된 기준점이다."
계약서 없음 → 지분 분쟁 → 관계 파괴
02
REASON 02
기여도 불균형 — 말하지 않으면 쌓인다
8개월간 커밋 수를 세어보면 나 230개, J 54개였다. 물론 커밋 수가 기여도의 전부가 아니다. 그런데 나는 이 불균형이 쌓이는 동안 한 번도 직접 말하지 않았다. "이러다 괜찮아지겠지"를 반복했다. J 입장에서는 내가 불만이 있는 줄 몰랐을 것이다. 말하지 않은 불만은 어느 순간 터진다. 그때는 이미 수습이 어려운 시점이 돼있다.
"불편한 걸 말하지 않는 게 배려가 아니라, 나중에 더 큰 갈등으로 돌아오는 비용 미루기였다."
말 못 한 불만 → 임계점 → 폭발
03
REASON 03
비전이 달랐다 — 창업 전에 확인 안 했다
나는 이 서비스를 빠르게 키워서 투자를 받거나, 안 되면 빠르게 pivot하고 싶었다. J는 퀄리티 있는 제품을 천천히 만들면서 사이드 인컴 정도로 운영하고 싶어했다. 우리는 "창업하자"는 목표에는 동의했는데, 어떤 창업을 원하는지는 한 번도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 같은 배를 탔는데 목적지가 달랐던 것이다.
"'같이 창업하자'는 말은 출발점에 대한 합의이지, 도착점에 대한 합의가 아니었다."
비전 불일치 → 매 결정마다 충돌
04
REASON 04
의사결정 구조가 없었다 — 50:50의 함정
지분 50:50은 공평해 보이지만 의사결정이 막히는 구조다. 서로 다른 방향을 원할 때 타이브레이커가 없었다. "빠른 출시 vs 완성도" 논쟁이 세 번 반복된 게 이 때문이었다. 어느 쪽도 결정권이 없으니 합의가 나올 때까지 같은 대화를 반복했고, 결국 지쳐서 흐지부지됐다. CEO가 누구인지, 어떤 영역에서 누가 최종 결정권을 갖는지가 사전에 정해져 있어야 했다.
"평등한 지분이 평등한 관계를 만들어주지 않는다. 결정이 필요한 순간에는 누군가 한 명이 결정해야 한다."
50:50 → 교착 반복 → 피로 누적
05
REASON 05
부업으로 시작한 창업 — 우선순위가 달랐다
나는 퇴근 후 3시간을 창업에 투자했다. J는 바쁜 날엔 1시간도 못 냈다. 둘 다 직장을 다니면서 창업을 하는 상황이었는데, 본업이 얼마나 방해가 될지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다. J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었지만, 내 눈에는 우선순위가 낮아 보였다. 이걸 어떻게 조율할지 사전 합의가 없었다. 투자하는 시간이 달라지면 공정성 감각도 달라진다.
"각자 얼마나 시간을 쓸 수 있는지를 솔직하게 말했어야 했다. '최선을 다한다'는 말은 측정할 수 없다."
투입 시간 불균형 → 기여도 불만 → 지분 갈등
다시 한다면 바꿀 것들
지금 돌아보면 대부분의 문제가 창업 전 한두 번의 진지한 대화로 예방 가능했다. 기술 문제가 아니었다. 우리는 아키텍처 설계나 코드 퀄리티 얘기는 몇 시간이고 했는데, 지분이나 역할 책임 같은 얘기는 한 번도 제대로 안 했다. 어색해서, 그리고 굳이 안 해도 되는 것 같아서.
01
창업 전에 계약서부터
지분, 역할과 책임 범위, 의사결정 방식, 해산 시 처리. 변호사 없어도 된다. 구글 문서에라도 써서 서로 서명하면 된다. 나중에 기억이 다를 때 돌아볼 기준점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크다.
02
비전 인터뷰를 해라
"3년 후 이 서비스가 어떻게 됐으면 해?", "투자 받고 싶어, 아니면 작게 유지하고 싶어?", "부업으로 할 건지 풀타임으로 갈 건지?" — 이 질문들을 창업 전에 서로에게 던져야 한다.
03
주간 정기 체크인을 제도화
매주 30분, 서로 이번 주 진행 상황과 다음 주 계획을 공유하는 시간을 강제로 만들었어야 했다. 통화하기 싫어도 하는 구조. 불만도 그 자리에서 꺼내는 규칙.
04
CEO를 정해라
지분이 50:50이어도 최종 결정권자는 있어야 한다. 영역별로 나눠도 된다. 기술은 네가, 사업은 내가. 교착 상태를 깰 수 있는 구조가 없으면 매 결정마다 소모전이 된다.
05
투입 시간을 숫자로 합의
"열심히 하겠다"가 아니라 "주 X시간"으로. 지키지 못하면 어떻게 할지도. 이게 냉정해 보이지만 나중에 "넌 너무 안 하잖아"라는 말이 나오는 것보다 훨씬 낫다.
06
불만은 그때그때 말해라
친구니까 봐준다 → 쌓인다 → 한꺼번에 터진다. 이 패턴이 관계를 가장 빠르게 망가뜨린다. 작은 불만을 그때그때 꺼내는 게 더 어렵지만, 더 안전하다.
🧭
창업 전 공동창업자와 나눠야 할 질문 목록
"우리 서비스가 3년 후 어떻게 됐으면 해?" "투자 유치를 원하는지, 작게 유지하는 걸 원하는지?" "풀타임으로 갈 시점이 언제라고 생각해?" "한 명이 나가고 싶을 때 어떻게 할까?" "의견이 충돌하면 최종 결정은 누가 해?" "주당 몇 시간을 이 프로젝트에 쓸 수 있어?" "3개월 후에도 수익이 없으면 어떻게 할 생각이야?"
J에게 하고 싶은 말 — 그리고 나 자신에게
이 글을 쓰면서 J가 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썼다. 잘잘못을 따지는 글이 아니라는 것, 그 당시 나도 말했어야 할 것들을 안 했다는 것을 다시 쓴다.
J가 기여를 덜 한 건 사실이었지만, 그걸 실시간으로 말하지 않고 혼자 쌓은 건 내 선택이었다. 계약서를 안 쓴 것도 둘 다 동의한 것이었다. 비전이 다르다는 걸 모른 채 함께 달린 것도 마찬가지였다.
창업이 우정을 파괴한 게 아니다. 우리 둘 다 준비가 안 돼있었다. 기술적으로가 아니라, 공동창업자로서 서로에게 솔직해지는 준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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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남은 것 서비스는 사라졌다. 우정도 예전 같지 않다. 그런데 이 경험에서 배운 것들은 남았다. 계약서 없이 시작하지 말 것, 불만을 쌓지 말 것, 비전을 먼저 맞출 것. 이 세 가지를 8개월치 수업료를 내고 배웠다. 다음 창업이 있다면, 그때는 이 목록을 먼저 꺼낼 것이다.
💬 공동창업 경험이 있으신가요?
비슷한 경험을 겪으셨거나, 지금 공동창업을 준비 중인 분이라면 댓글로 이야기 나눠주세요. 특히 갈등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혹은 지금도 잘 운영 중인 공동창업 팀이라면 어떤 점이 달랐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쓰기 무거운 이야기일수록 더 도움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