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가 퇴사 후 개인 서비스로
먹고 살 수 있을까
실제로 해본 사람 이야기 — 월 0원부터 생활비까지의 기록
이 질문을 처음 진지하게 생각한 날
퇴사하고 나서 처음 한 달은 아무것도 안 했다. 쉬었다. 그러다 두 달 차에 통장 잔고를 봤다. 생활비가 나가고 있었다. 3개월 치 생활비를 갖고 나왔는데, 그 카운트다운이 느껴졌다.
그때 처음 진지하게 "내가 만든 것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인터넷에서 "인디 해커"나 "솔로 개발자" 이야기를 봤다. 월 수백만 원 버는 사람들 이야기. 자극적으로 보였다. 나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동시에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싶기도 했다. 직접 해봤다. 이 글은 그 9개월의 기록이다.

월별 수익 실제 기록
※ 위 수치는 실제 기록 기반이며 세전, 서버 비용 제외 전 금액이다. 서버·결제 수수료 제하면 약 20~25% 줄어든다.
만들었다가 실패한 것들 — 먼저
첫 번째로 만든 건 "개발자 커리어 관리 도구"였다. 이력서, 지원 현황, 인터뷰 기록을 한 곳에서 관리하는 서비스. 2개월 걸려 만들었다. 기능이 꽤 많았다. 대시보드도 있고, 통계도 있고.
런칭 첫 날 사용자가 3명이었다. 나, 친구, 또 다른 친구. 일주일이 지나도 10명을 못 넘겼다. 문제가 뭔지 알게 됐다. 비슷한 서비스가 이미 Notion 템플릿으로 무료로 있었다. 굳이 돈 낼 이유가 없었다. 수요보다 개발이 먼저였다.
두 번째는 기술 면접 준비 플랫폼이었다. 문제 풀고, 풀이를 AI가 채점해주는 방식. 처음엔 반응이 있었다. 7명이 결제했다. 월 9,900원. 한 달 뒤 3명이 구독 취소했다. 이유를 물어봤다. "LeetCode가 더 낫다", "ChatGPT로 충분하다".
이미 잘 만들어진 경쟁자가 있는 시장이었다. 내가 더 잘 만들 자신이 없었고, 더 만들 에너지가 없었다. 7명의 기쁨이 4명 이탈의 좌절로 바뀌는 데 한 달이 걸렸다.
만들기 전에 "이게 없어서 불편한 사람이 실제로 있는가"를 먼저 확인했어야 했다. 내가 갖고 싶은 것과 사람들이 돈을 낼 것은 다르다. 런칭 전에 트위터, 커뮤니티에 "이런 거 있으면 쓸 것 같아요?"를 먼저 물어보는 게 맞았다.
드디어 수익이 난 서비스 — 뭐가 달랐나
커뮤니티에서 반복적으로 올라오는 글이 있었다. "개발자 영어 이력서 어떻게 써요?", "커버레터 어떻게 작성해요?". 같은 질문이 계속 올라왔다. 내가 해외 취업을 준비하면서 겪은 것과 같은 고통이었다.
그때 생각했다. "이 사람들이 원하는 게 정확히 뭔지 파악하고, 그 한 가지만 잘 풀어주면 어떨까." 영문 이력서 피드백 서비스를 생각했다. 사람이 하면 비싸고 느리다. AI로 하면 빠르고 저렴하다. 내가 실제로 겪은 문제라 뭐가 필요한지 알았다.
서비스 이름은 "ResumeAI for Devs". 이력서를 업로드하면 AI가 피드백을 준다. 직무별 맞춤 피드백, 해외 취업 관점, ATS 통과 가능성 분석. 3주 만에 만들었다. 이전 서비스들보다 훨씬 빠르게 만든 이유는 기능을 하나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런칭 첫 주에 Product Hunt에 올렸다. 그날 120명이 가입했다. 유료 전환은 11명이었다. 월 7,900원. 첫 달 87,000원. 환호했다. 그리고 다음 달 가입자가 늘었고, 유료 전환율도 조금 올랐다. 기능을 하나씩 추가하는 대신 기존 기능의 품질을 올리는 데 집중했다.
# 현재 월 수익 구성 (세전)
[ACTIVE] 이력서 AI 피드백 구독 (월 7,900원 × 89명) = ₩703,100
[ACTIVE] 이력서 AI 피드백 1회권 (14,900원 × 23건) = ₩342,700
[PASSIVE] 블로그 애드센스 (이직 관련 콘텐츠) = ₩287,000
[MINOR] 구 서비스 잔존 구독자 2명 = ₩19,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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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수익: ₩1,35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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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버 비용 (Vercel + Supabase + Claude API): -₩180,000
결제 수수료 (토스페이먼츠 3.3%): -₩3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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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령 추정: ₩1,137,600 (세전)
# 이 금액이 생활비(서울 1인 80~100만)를 넘기기 시작한 것
수익화 방법 — 어떤 모델이 맞는지
예측 가능한 수익. 이탈률 관리만 하면 성장한다. 가격대 5,000~20,000원이 국내 개인 서비스에 적합. 처음엔 낮게 시작하고 인상하는 게 맞다.
구독 진입 장벽이 높으면 1회권으로 유입. 경험 후 구독 전환 유도. 이력서 피드백처럼 "한 번만 쓸 것 같은" 서비스에 적합.
트래픽이 있어야 의미 있다. 블로그나 무료 서비스에 붙이기 좋음. 단독으로 생활비 되기는 트래픽이 매우 많아야 한다.
한 번 만들면 계속 팔린다. 가격대가 높아 전환 수가 적어도 의미 있는 수익이 된다. 오디언스가 있어야 팔린다는 게 진입 장벽.
내가 쓰는 도구나 서비스를 추천하고 커미션. 안정적이지 않지만 기존 콘텐츠에 붙이면 추가 수익이 된다. 주력 수익원이 되기 어렵다.
솔직한 현실 — 좋은 것과 어려운 것
자다가 결제 알림이 온다. 자는 동안 돈이 들어오는 감각.
출근 시간이 없고, 내가 원하는 것을 만든다는 자유.
사용자 피드백이 바로 내 것이 된다. 회사처럼 희석되지 않음.
기술 스택부터 UI까지 모든 결정을 내가 한다.
한 명이 지불한 구독료가 나한테 전부 온다는 실감.
처음 3~4개월 수입이 0원에 가까울 때 심리적 압박이 심하다.
마케팅을 못 하면 아무도 모른다. 좋아도 알려야 쓴다.
CS, 서버 관리, 세금, 회계 — 개발 외 모든 것을 혼자 한다.
팀이 없으니 피드백을 받기 어렵다. 스스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4대보험 없음. 국민건강보험 지역가입자로 직접 납부해야 한다.
가장 힘든 건 수입이 0원인 시간이 아니었다. 내가 만든 것이 맞는 방향인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회사에는 동료가 있었는데.
"먹고 살 수 있는가"에 대한 솔직한 답
퇴사 전 6개월 이상의 생활비를 갖고 시작해야 한다. 수익이 생활비를 넘기기까지 6~12개월이 걸릴 수 있다. 그 기간을 버틸 자금 없이 시작하면 심리적 압박으로 좋은 판단을 못 한다. 돈이 떨어지면 프리랜서나 재취업을 하게 되고, 그게 개인 서비스를 죽인다.
만들기 전에 수요를 확인해야 한다. 내가 두 번 실패한 이유는 만들고 나서 팔려고 했기 때문이다. 만들기 전에 커뮤니티에 올리고, "이거 쓸 것 같다"는 사람이 10명 이상 되면 시작하는 게 맞다. 아이디어를 먼저 검증해야 한다.
개발이 아니라 마케팅이 더 어렵다. 좋은 것을 만들어도 알려지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Product Hunt, 트위터, 커뮤니티 글쓰기 — 이게 개발만큼 중요하다. 개발은 잘하는데 마케팅을 못 하면 수익이 안 난다. 나도 이 부분이 제일 어렵다.
재직 중에 사이드 프로젝트로 작게 시작하는 것이 제일 안전하다. 수익이 생활비의 30~50% 정도 나오기 시작하면 그때 퇴사를 고려한다. 나처럼 수익 0원에서 퇴사하면 심리적 압박이 판단을 흐린다. 재직 중에 아이디어를 검증하고, 소수 유료 사용자를 확보하고, 그 모멘텀을 갖고 퇴사하는 게 맞다.
9개월 뒤 지금, 수익이 생활비를 넘겼다. 그런데 "됐다"는 느낌은 없다. 이 수익이 내달에도 유지될지 모른다. 사용자가 이탈할 수도 있고, 경쟁자가 나올 수도 있고. 그 불확실성이 이 삶의 실체다.
그래도 돌아가고 싶지 않다. 자는 동안 결제 알림이 오는 것, 내가 만든 것에 "도움됐어요"라는 메일이 오는 것. 그게 회사에서 받는 월급의 10배가 돼도 대체 못 하는 감각이다. 가능한지 모르겠다는 분들에게 — 가능하다. 단, 준비하고 인내하는 것이 전제다.
💬 개인 서비스 도전 경험이 있으신가요?
수익화에 성공한 경험, 실패한 경험, 지금 도전 중인 이야기 — 어떤 것이든 댓글로 나눠주세요. 퇴사를 고민 중인 분들에게 가장 현실적인 정보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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