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가 디자이너와
일하면서 겪는 현실
"이거 왜 시안이랑 다르게 나왔어요?"라는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던 날.
입사 초반, 디자이너가 넘겨준 Figma 시안을 그대로 픽셀 단위까지 맞춰서 구현했다고 자부했다. 근데 QA 단계에서 디자이너가 화면을 보더니 이렇게 물었다. "이거 왜 시안이랑 다르게 나왔어요?" 나는 정말 억울했다. 분명 시안 그대로 만들었다고 생각했으니까. 근데 알고 보니 진짜 문제는 픽셀이 아니라, 서로 다른 언어로 대화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1. 첫 번째 충돌 — "다르다"의 기준이 서로 달랐다
문제의 화면은 카드 컴포넌트였다. 나는 Figma에서 여백 값을 그대로 픽셀로 옮겼는데,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반응형 상태에서의 비율이 다르게 느껴졌다. 나는 "고정값이 같으니 같은 거 아닌가"라고 생각했는데, 디자이너는 "화면 크기별로 비율이 달라 보인다"는 걸 지적하고 있었다.
이 코멘트를 보고 처음엔 살짝 방어적인 마음이 들었다. "고정 여백은 정확히 맞췄는데"라고 생각했다. 근데 실제로 확인해보니, 나는 고정 px 값으로 여백을 맞췄고, 디자이너는 비율(aspect-ratio) 개념으로 디자인을 생각하고 있었다. 서로 완전히 다른 기준으로 "같다"를 판단하고 있었던 거다.
2. 용어 차이에서 오는 오해들
이후로도 비슷한 오해가 반복됐다. 특히 같은 단어를 다르게 쓰는 경우가 많았다.
이 대화를 겪고 나서야 "기술적으로 맞는 것"과 "시각적으로 맞아 보이는 것"이 다를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이게 됐다. 처음엔 "코드는 맞는데 왜 자꾸 고치라고 하지"라는 억울함이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사용자가 보는 건 코드가 아니라 화면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 떠올렸다.
3. 관계가 달라진 계기 — 공통 언어를 만들기 시작하다
반복되는 오해를 줄이기 위해, 팀 차원에서 몇 가지 규칙을 정하기로 했다. 디자이너와 함께 회의를 통해 정리한 내용이다.
이 규칙을 적용한 이후로 "시안이랑 다르다"는 지적 자체가 눈에 띄게 줄었다. 단순히 규칙 때문이 아니라, 서로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이해하게 되면서 애초에 오해가 생길 여지가 줄어든 거였다.
4. 지금은 디자이너가 오히려 가장 편한 협업 파트너
1년이 지난 지금은 디자이너와의 협업이 오히려 가장 매끄러운 관계가 됐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생각한다는 걸 인정하고 나니, 오히려 서로가 놓친 부분을 채워주는 관계로 바뀌었다. 최근에는 디자이너가 먼저 "이 인터랙션, 기술적으로 구현 가능한지부터 여쭤보고 시안 잡을게요"라고 먼저 확인해주는 경우도 늘었다.
처음엔 디자이너의 피드백이 "트집 잡는 것"처럼 느껴졌던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같은 목표(사용자가 보는 화면)를 서로 다른 언어로 이야기하고 있었을 뿐이라는 걸 깨닫고 나서, 협업은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결론
디자이너와의 협업에서 겪은 마찰은 대부분 실력 부족이 아니라, 서로 다른 기준으로 "맞다"를 판단하고 있어서 생긴 문제였다. 픽셀과 비율, 코드값과 시각적 균형이라는 서로 다른 언어를 이해하고 공통의 기준을 만들어가면서, 협업은 오히려 가장 편안한 관계로 바뀌었다. 디자이너와의 협업에서 비슷한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면, 서로의 판단 기준부터 맞춰보는 대화를 먼저 시도해보길 권하고 싶다.
여러분은 어떤 협업 경험이 있으신가요?
디자이너와 협업하며 겪은 오해나, 관계가 좋아진 계기가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주세요. 지금 비슷한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 다른 개발자분들께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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