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 개발자가 시니어한테
혼나면서 성장한 이야기
입사 4개월 차, PR 코멘트 하나로 자존감이 무너졌다가 1년 만에 관점이 완전히 바뀐 기록.
입사 4개월 차, 처음으로 리드해서 만든 기능의 PR을 올렸을 때가 아직도 생생하다. 나름 며칠 밤새서 만든 코드였고, 스스로는 꽤 만족스러웠다. 근데 시니어 개발자님이 남긴 코멘트가 17개였다. 그날 퇴근길에 지하철에서 눈물이 핑 돌 뻔했다. 근데 지금 돌아보면, 그 17개의 코멘트가 내 커리어에서 가장 크게 성장한 계기였다.

1. 첫 번째 충격 — "이거 왜 이렇게 짜셨어요?"
문제의 PR은 상품 목록 필터링 기능이었다. 나는 요구사항대로 동작만 하면 된다고 생각해서, 필터 조건마다 if문을 겹겹이 쌓은 코드를 짰다. 리뷰가 달렸다.
솔직히 처음 든 감정은 "그냥 되면 되는 거 아닌가"였다. 방어적인 마음이 먼저 올라왔다. 근데 다음 코멘트에서 완전히 무너졌다.
2. 방어에서 수용으로 — 마음가짐이 바뀐 계기
그날 저녁, 화가 나서 동기한테 하소연을 했다. 근데 동기가 해준 말이 오히려 전환점이 됐다.
다음날 다시 코드를 보니 신기하게도 감정이 아니라 코드 자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if문 depth 문제는 실제로 심각했고, early return과 조건 객체 매핑으로 리팩토링하니 코드가 훨씬 명확해졌다.
코드를 고치고 나서 다시 리뷰를 요청했는데, 이번엔 코멘트가 3개로 줄었다. 그중 하나는 "훨씬 읽기 좋아졌네요"였다. 그 짧은 한마디가 그동안의 속상함을 다 씻어줬다.
3. 그 이후로도 계속됐던 지적들 — 패턴을 찾다
이후로도 크고 작은 지적은 계속됐다. 근데 몇 달이 지나면서 지적받는 내용에 패턴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 패턴을 발견하고 나서는 지적을 받을 때마다 "이번엔 어떤 카테고리의 지적일까"를 생각하게 됐다.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데이터처럼 분류하기 시작하니 훨씬 덜 힘들었다.
4. 입장이 바뀌고 나서야 이해한 것들
1년 반쯤 지나서 신입 후배의 코드 리뷰를 처음 맡게 됐다. 리뷰를 쓰면서 예전 시니어 개발자님이 왜 그렇게 코멘트를 자세히 남겼는지 비로소 이해가 됐다. 대충 넘어가는 게 훨씬 편한데, 그렇게 하지 않은 건 실제로 신경 써주고 있었다는 증거였다.
그날 지하철에서 속상해했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그 코멘트들이 너를 가장 빠르게 성장시켜 줄 거야"라는 것이다. 실제로 혼자 책이나 강의로 배웠다면 몇 년 걸렸을 감각을, 1년 안에 체득할 수 있었던 건 그 냉정한 피드백들 덕분이었다.
결론
주니어 시절 받았던 냉정한 코드 리뷰는 그 순간엔 아프지만, 돌아보면 가장 확실한 성장의 신호였다. 지적을 감정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패턴으로 분석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리뷰가 두려운 게 아니라 기다려지는 시간이 됐다. 지금 비슷한 시기를 지나고 있는 주니어 개발자가 있다면, 그 코멘트들이 결국 당신을 더 나은 개발자로 만들어줄 거라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여러분의 성장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시니어에게 혼나거나 냉정한 피드백을 받고 나서 오히려 성장했던 경험이 있다면 댓글로 나눠주세요. 지금 비슷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주니어 개발자분들께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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