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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실무 개발 현장

야근이 일상인 스타트업에서 버틴 방법

by 나무011 2026. 7. 27.
개발자 현직자 솔직 경험담

야근이 일상인 스타트업에서
버틴 방법

새벽 1시 퇴근이 3개월 이어졌을 때 — 무너지지 않으려고 한 것들

Frontend Developer 2026년 6월 약 14분 읽기

그 3개월을 기억하는 방식

입사 8개월 차, 투자 유치 직후였다. 회사가 갑자기 달라졌다. IR 자료에 들어간 로드맵을 실제로 구현해야 했고, 투자자들이 다음 분기 데모를 기다리고 있었다. 팀원은 그대로인데 할 일이 세 배가 됐다. 그게 야근의 시작이었다.

처음엔 괜찮았다. 흥분됐다. 뭔가 중요한 일에 참여하는 느낌이었다. 2주 지나니까 다리가 무거워졌다. 한 달이 지나니 점심 먹고 나면 집중이 안 됐다. 두 달이 지나니까 코드를 보는 것 자체가 싫어지는 날이 생겼다.

야근이 일상인 스타트업에서 버틴 방법
야근이 일상인 스타트업에서 버틴 방법
야근 67일째 — 어느 화요일 밤 1시 12분

버그를 고치려고 에디터를 보고 있었다. 고쳐야 할 게 뭔지는 알겠는데 손가락이 안 움직였다. 코드 두 줄이 30분이 지나도 안 써지는 거다. 배가 고팠는데 편의점 갈 기력이 없었다. 같이 남아있던 팀원이 "오늘은 그냥 가자"고 했다. 그 말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집에 가는 버스에서 처음으로 생각했다. "이게 맞나." 회사가 싫다거나 팀이 싫다거나가 아니었다. 그냥 이 속도가, 이 밀도가 지속 가능한지를 처음으로 의심했다.

실제 일주일이 어떻게 돌아갔는지

야근 절정기 주간 퇴근 시간 (실제 기록 기반)
22:30 퇴근
회의 + 코딩
01:10 퇴근
배포 이슈
21:30 퇴근
그나마 빠름
02:00 퇴근
데모 전날
23:00 퇴근
데모 마무리
재택 오후
자발적 출근
오전만
이것도 일
 
 
 
야근 절정기 상태 로그 — 그때 실제로 느꼈던 것들

[Week 01] ⚡ 에너지 충만. 이 속도 좋다. 뭔가 만들어지는 느낌.

[Week 03] 🔶 피곤하다. 그래도 된다. 중요한 시기니까.

[Week 05] ⚠️ 점심 먹고 나면 집중이 안 된다. 커피를 세 잔 마셨다.

[Week 07] ⚠️ 코드 리뷰하는데 눈이 안 읽힌다. 같은 줄을 세 번 읽었다.

[Week 09] 💀 오늘 아무것도 하기 싫다. 그냥 모니터 보고 있었다.

[Week 11] 💀 버그 고치는 게 무섭다. 어디서 뭐가 터질지 모르겠다.

[Week 13] ?? 오늘 퇴근하면서 뭘 했는지 기억이 안 났다.

🔴 야근이 진짜로 위험해지는 신호

같은 줄을 세 번 읽어야 이해된다, 버그를 고치면서 새 버그를 만든다, 오늘 뭘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 이 세 가지가 동시에 나타나면 그건 피로가 아니라 인지 기능 저하다. 이 상태에서 계속 일하면 일을 더 하는 게 아니라 내일 고쳐야 할 코드를 더 만드는 것이다.

야근 문화가 만들어지는 구조를 파악했다

무작정 버티는 게 아니라 이 상황이 왜 생겼는지 이해하는 게 먼저였다. 개인 문제가 아니라 구조 문제라는 걸 알면 자책을 덜 하게 된다.

구조 파악
스타트업 야근이 생기는 세 가지 원인

첫째, 일정이 역산된다. "이 기능이 필요하다"에서 출발하는 게 아니라 "다음 데모가 언제니까 그 전에 다 돼야 한다"에서 출발한다. 현실적인 개발 시간이 계산에 없다. 데모 날짜가 정해지면 개발자가 그 일정에 맞춰야 한다.

둘째, 사람이 항상 부족하다. 스타트업은 필요한 인원보다 적게 채용하고 빠르게 기능을 만들어야 하는 구조다. 한 사람이 원래 두 사람이 할 일을 한다. 야근은 그 결과다.

셋째, "할 수 있다"고 말하는 문화가 있다. "이거 가능해요?"라는 질문에 "일정이 빡빡하지만 한번 해볼게요"라는 답이 반복되면, 그게 표준이 된다. 현실적인 공수 산정이 "안 하려는 것"으로 오해받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야근은 개발자가 게으르거나 느려서 생기는 게 아니다. 일정을 잡는 방식과 인력 구조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걸 이해하면 자책 대신 대응을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내가 해서 효과 있었던 것들

01
퇴근 시간을 매일 기록했다

노션에 날짜별 퇴근 시간을 적었다. 처음엔 그냥 기록이었는데, 나중에 보니 패턴이 보였다. 수요일은 항상 늦고, 배포 전날은 무조건 늦었다. 패턴이 보이면 예측이 된다. 예측이 되면 그날 체력을 배분할 수 있다. "오늘 수요일이니까 점심에 산책하고 에너지 아껴야지"라는 식으로.

02
야근 중에도 밥은 제대로 먹었다

바쁠수록 대충 먹게 된다. 편의점 삼각김밥, 컵라면이 반복됐다. 그걸 의도적으로 바꿨다. 점심은 무조건 회사 밖에서, 자리를 비우고 먹었다. 야식도 배달이라도 제대로 시켰다. 밥이 허투루 되면 7시간 후 코드가 허투루 됐다. 체력은 결국 음식이었다.

03
"야근하는 척"을 관뒀다

야근 중에 집중이 안 되는데 자리에 앉아서 유튜브 보면서 시간을 때운 적이 있었다. 그게 제일 나쁜 패턴이었다. 쉬지도 못하고 일도 못 하는 상태. 10시 이후에 집중이 안 된다는 걸 인정하고, 그 이후엔 "내일 할 것"을 정리하고 퇴근했다. 억지로 앉아 있는 건 팀을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도움이 안 됐다.

04
주말 반나절만 지켰다

주말 전체를 쉬는 건 바쁜 시기에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그래서 타협점을 찾았다. 토요일 오후는 완전히 쉬기. 일요일 오전은 가볍게만. 전부 쉬지 못해도 "내 것인 반나절"이 있으면 달랐다. 온전히 일 생각 안 하는 시간이 있어야 다음 주가 버텨졌다.

05
팀원과 야근 공동체를 만들었다

혼자 야근하는 것과 같이 야근하는 건 완전히 달랐다. 팀원 두 명이랑 야근할 때 "야식 뭐 시킬까요?"로 시작해서 30분씩 작업 상황 공유하고, 힘들 때 서로 하소연하는 게 있었다. 일이 줄어드는 건 아닌데 무게가 달랐다. 같이 버티는 사람이 있다는 게 버팀목이 됐다.

06
이 상황의 끝을 알았다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언제까지 이러는 거야"가 안 보이면 터널이 된다. 데모가 언제인지, 그 이후 일정이 어떤지를 직접 물어봤다. "데모 끝나면 조금 쉴 수 있어요?"라고 팀장한테 확인했다. "그 다음 스프린트는 좀 여유 있게 가려고요"라는 답이 왔다. 끝이 보이는 것만으로도 달랐다.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한 달이 넘어갈 때 팀장과 1:1 미팅에서 처음으로 꺼냈다. 야근이 힘들다고. 그 전까지는 말하는 게 "약해 보일 것 같다"는 생각에 참았다.

팀장 1:1 미팅 — 야근 6주차
솔직하게 말씀드려도 될까요. 요즘 야근이 이어지면서 낮 집중력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오후에 같은 코드를 두 번 보게 되는 일이 생기고 있어서요.
팀장
말해줘서 고마워요. 저도 그렇게 느끼고 있었어요. 데모 끝나고 나면 한 주는 일찍 퇴근하는 주로 잡을게요.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그 이후는 조절해볼게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여쭤봐도 될까요. 지금 제가 맡은 태스크 중에 이번 데모에 꼭 필요한 게 아닌 게 있다면, 우선순위 조정이 가능할까요?
팀장
어떤 태스크 말하는 거예요? 같이 한번 봐요. 정리할 수 있는 게 있을 것 같아요.

그 대화로 태스크 두 개가 다음 스프린트로 넘어갔다. 야근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그런데 감당 가능한 범위로 줄었다. 말을 해야 조정이 된다는 걸, 말하기 전에는 몰랐다.

버티지 말아야 할 순간도 있다

!
경계선
이건 버티는 게 아니라 소모되는 것이다

버티는 것과 소모되는 것의 차이가 있다. 버틴다는 건 힘들지만 나아가고 있다는 감각이 있는 것이다. 소모된다는 건 힘들면서 아무것도 쌓이지 않는 것이다.

세 달 야근 중 두 달은 버텼다고 생각한다. 힘들었지만 배우는 게 있었다. 성능 최적화를 급하게 해보고, 데이터 구조를 처음부터 설계해보고, 배포 자동화를 직접 건드려봤다. 그 경험이 쌓였다. 마지막 한 달은 달랐다. 버그만 고치고 있었다. 새로 배우는 게 없었다. 그냥 소모되고 있었다.

그 차이를 느꼈을 때가 이직을 진지하게 생각한 첫 번째 순간이었다. 결국 세 달 후 나는 그 회사를 떠났다.

⚠️ 이 신호들이 보이면 버티는 게 아니다

새로 배우는 게 없다, 성장감이 전혀 없다, 일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팀원이 싫어졌다 — 이건 체력 문제가 아니라 구조 문제다. 이 상태를 버티는 건 나를 더 소모할 뿐이다. 상황 개선을 요구하거나, 이직을 준비하거나, 둘 중 하나가 맞다.

그 3개월이 남긴 것들

🔋
체력이 실력이다

야근이 길어질수록 코드 품질이 떨어졌다. 피곤한 상태에서 짠 코드는 나중에 더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다. 체력 관리가 개발 실력 관리였다.

🗣️
말해야 바뀐다

힘들다고 말하는 게 약한 게 아니었다. 팀장도 모르고 있을 때가 많았다. 현실적인 공수와 상태를 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
끝을 확인해야 버틴다

언제까지인지 모르면 터널이다. 데모 날짜, 그 이후 일정을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버티는 힘이 달랐다. 끝이 보이는 야근과 안 보이는 야근은 완전히 다르다.

⚖️
성장이 있어야 버틸 수 있다

힘들어도 배우는 게 있으면 버텨진다. 힘들고 배우는 것도 없으면 안 된다. 그 판단을 빨리 할 수 있어야 소모되지 않는다.

🧩
팀이 있어야 덜 힘들다

혼자 야근과 같이 야근은 다르다. 하소연할 사람, 야식 같이 먹을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 밀도가 달랐다. 관계가 버팀목이었다.

🚪
떠날 수 있다는 게 힘이다

이직을 준비하면서 야근이 덜 무서워졌다. 이 상황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면 더 침착해진다. 선택지가 있다는 감각이 버티는 힘이 됐다.

지금 야근 중인 분들에게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야근이 없는 회사에 있다. 그래서 더 명확하게 보인다. 그 3개월이 나쁜 시간만은 아니었다. 빠르게 의사결정하는 환경, 혼자 기능 전체를 구현하는 경험, 배포 자동화를 직접 구축한 것들 — 그게 다 그 시기에 생겼다.

그런데 그 경험을 유효하게 만든 건 버텼기 때문이 아니라, 버티는 방법을 찾았기 때문이었다. 그냥 참는 것과 의식적으로 대응하는 건 다르다. 그리고 언제 떠나야 하는지를 아는 것도 그 대응의 일부였다.

야근이 당연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면 — 그게 일시적인 스파이크인지, 구조적인 문제인지를 먼저 파악하는 게 맞다. 일시적이면 끝을 확인하고 버텨도 된다. 구조적이면 버티는 게 답이 아니다.

✅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

오늘 퇴근 시간을 기록한다. 일주일 뒤 패턴이 보인다. 팀장과 1:1이 있다면 "요즘 이런 상태인 것 같다"를 꺼낸다. 할 일 목록 중 이번 마감에 꼭 필요한 것과 아닌 것을 나눠본다. 이 세 가지가 야근 대응의 시작이다.


새벽 1시 퇴근 버스에서 "이게 맞나"를 처음 생각했던 그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 답은 "아직은 맞다"였다. 배우는 게 있었고, 팀이 있었고, 끝이 보였다. 그게 없어진 날, 나는 떠났다. 그 판단이 지금도 맞다고 생각한다.

💬 야근이 일상이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스타트업이든 대기업이든, 야근이 길어졌을 때 어떻게 버티셨는지 — 혹은 어떻게 떠나셨는지 경험을 댓글로 나눠주세요. 지금 비슷한 상황에 있는 분들에게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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