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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분열과 핵융합, 에너지의 원천과 차이점

by 나무011 2025. 12. 27.

핵분열은 무거운 원자핵이 쪼개지면서 에너지를 방출하고, 핵융합은 가벼운 원자핵이 결합하면서 에너지를 방출하는 과정입니다. 둘 다 아인슈타인의 E=mc²에 따라 질량이 에너지로 변환되는 현상이지만 작동 방식, 필요 조건, 생성물, 안전성이 근본적으로 다르며 인류의 에너지 미래에 상반된 의미를 갖습니다.

 

핵분열과 핵융합
핵분열과 핵융합

 

핵분열과 핵융합, 질량 결손이 만드는 엄청난 에너지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양성자는 모두 양전하를 띠므로 서로 밀어내는 전기력이 작용합니다. 하지만 원자핵이 안정적으로 존재하는 이유는 강한 핵력이라는 인력이 전기적 척력을 압도하기 때문입니다. 강한 핵력은 거리가 매우 짧지만 전자기력보다 100배 이상 강합니다. 놀라운 사실은 원자핵의 질량이 구성 입자들을 따로 떼어놓았을 때의 질량 합보다 작다는 것입니다. 이 차이를 질량 결손이라고 합니다. 사라진 질량은 어디로 갔을까요? E=mc²에 따라 에너지로 변환되어 원자핵을 묶는 결합 에너지가 되었습니다. 철 원자핵이 가장 안정적이며 핵자당 결합 에너지가 최대입니다. 철보다 가벼운 원소는 융합하면 결합 에너지가 증가하므로 에너지를 방출합니다. 철보다 무거운 원소는 분열하면 결합 에너지가 증가하므로 에너지를 방출합니다. 이것이 핵융합과 핵분열이 에너지원이 될 수 있는 이유입니다. 1그램의 우라늄이 완전히 분열하면 석탄 3톤을 태운 것과 같은 에너지가 나옵니다. 핵에너지의 밀도는 화학 에너지보다 수백만 배 높습니다. 별들이 수십억 년간 빛날 수 있는 것도 핵융합 덕분입니다.

 

핵분열의 연쇄반응과 임계질량

중성자가 촉발하는 원자의 분열

1938년 오토 한과 리제 마이트너는 우라늄에 중성자를 쏘면 바륨과 크립톤 같은 중간 질량 원소로 쪼개진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것이 핵분열의 발견입니다. 우라늄-235는 중성자를 흡수하면 불안정해져 두 개의 핵분열 조각으로 갈라집니다. 동시에 평균 2~3개의 새로운 중성자가 방출됩니다. 이 중성자들이 다른 우라늄 원자를 분열시키고 더 많은 중성자를 만들어냅니다. 이것이 연쇄반응입니다. 만약 방출된 중성자 중 평균 1개 이상이 다음 분열을 일으키면 반응이 자가 유지되며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합니다. 이것을 임계 상태라고 합니다. 평균 1개 미만이면 반응이 꺼지고 1개를 초과하면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원자폭탄은 초임계 상태를 이용합니다. 순식간에 연쇄반응이 폭주하여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합니다. 원자로는 정확히 임계 상태를 유지하도록 제어합니다. 제어봉을 삽입하면 중성자를 흡수하여 반응을 늦추고 빼내면 가속시킵니다. 자연 우라늄의 99.3퍼센트는 우라늄-238이고 분열 가능한 우라늄-235는 0.7퍼센트뿐입니다. 원자로 연료로 사용하려면 우라늄-235를 3~5퍼센트로 농축해야 합니다. 핵무기는 90퍼센트 이상 농축이 필요합니다. 플루토늄-239는 원자로에서 우라늄-238이 중성자를 흡수하여 만들어지며 역시 핵분열 물질입니다.

방사성 폐기물과 안전성 문제

핵분열의 가장 큰 문제는 방사성 폐기물입니다. 분열 생성물은 대부분 불안정한 방사성 동위원소입니다. 세슘-137, 스트론튬-90, 요오드-131 같은 핵종은 강한 방사선을 수십 년간 방출합니다. 사용 후 핵연료에는 초우라늄 원소인 플루토늄, 아메리슘, 큐륨도 포함되며 이들은 반감기가 수천 년에서 수만 년입니다. 이 폐기물을 안전하게 격리 보관해야 하는데 수만 년간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기술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어려운 과제입니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깊은 지하 암반에 매장하는 방법이 검토되지만 아직 전 세계적으로 완성된 처분장은 거의 없습니다. 원자로 사고의 위험도 있습니다. 1986년 체르노빌과 2011년 후쿠시마 사고는 핵분열의 위험성을 극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냉각 시스템 고장으로 연료봉이 과열되면 노심 용융이 일어나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누출될 수 있습니다. 현대 원자로는 수동 안전 장치, 이중 격납 건물 등 여러 안전 장치를 갖추고 있지만 100퍼센트 안전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핵발전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대용량 발전 방식으로 전 세계 전력의 약 10퍼센트를 공급합니다. 프랑스는 전력의 70퍼센트 이상을 원자력으로 생산합니다.

차세대 원자로와 고속증식로

4세대 원자로는 안전성과 효율을 높이려는 설계입니다. 용융염 원자로는 연료가 액체 염에 녹아 있어 과열되면 자동으로 배수되어 연쇄반응이 멈춥니다. 소형 모듈 원자로는 공장에서 제작하여 운반할 수 있는 소형 원자로로 건설 기간과 비용을 줄입니다. 고속증식로는 우라늄-238을 플루토늄-239로 변환하여 연료를 스스로 생산합니다. 이론적으로 우라늄 자원을 100배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기술적 어려움과 핵확산 우려로 상용화는 제한적입니다. 토륨 원자로도 연구됩니다. 토륨-232는 우라늄보다 풍부하고 핵무기 제조가 어렵습니다. 중성자를 흡수하면 우라늄-233으로 변해 핵분열 연료가 됩니다. 인도와 중국이 토륨 원자로 개발에 적극적입니다. 가속기 구동 미임계 원자로는 외부 가속기로 중성자를 공급하여 연쇄반응을 유지합니다. 가속기를 끄면 즉시 반응이 멈춰 본질적으로 안전하며 장수명 방사성 폐기물을 소멸시킬 수도 있습니다.

 

핵융합이 열어갈 무한 에너지의 미래

핵융합은 태양과 모든 별의 에너지원입니다. 수소 원자핵이 헬륨으로 융합하면서 질량의 일부가 에너지로 변환됩니다. 지구에서 핵융합을 실현하는 가장 유망한 반응은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융합입니다. 중수소는 바닷물에서 추출할 수 있어 사실상 무한합니다. 1리터의 바닷물에서 추출한 중수소로 300리터의 휘발유와 같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삼중수소는 자연에 거의 없지만 리튬과 중성자 반응으로 만들 수 있고 리튬도 풍부합니다. 핵융합은 핵분열보다 훨씬 청정합니다. 생성물은 비방사성 헬륨이며 장수명 방사성 폐기물이 거의 없습니다. 폭주 위험도 없습니다. 연료 공급이 끊기면 즉시 반응이 멈춥니다. 문제는 융합을 일으키려면 1억 도 이상의 초고온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 온도에서 물질은 플라즈마 상태이며 자기장으로 가둬야 합니다. 토카막은 도넛 모양 자기장으로 플라즈마를 가두는 장치입니다. 한국의 KSTAR는 세계 기록을 갱신하며 핵융합 연구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는 2030년대 상용화 가능성을 시험합니다. 2022년 미국 국립점화시설은 레이저 핵융합으로 최초로 순 에너지 생산에 성공했습니다. 이것은 역사적 이정표입니다. 핵융합 발전이 실현되면 에너지 부족, 기후 변화, 환경 오염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잠재력이 있습니다. 핵분열이 20세기 에너지 혁명을 이끌었다면 핵융합은 21세기 에너지의 성배입니다. 두 기술은 원자핵의 비밀을 이용하지만 그 특성과 미래는 극명하게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