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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자가속기와 힉스 입자 발견, 물질의 질량 기원을 밝힌 순간

by 나무011 2025. 12. 29.

입자가속기는 입자를 거의 광속까지 가속시켜 충돌시킴으로써 물질의 근본 구조를 탐구하는 거대 과학 장비입니다. 2012년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의 대형강입자충돌기(LHC)에서 힉스 입자를 발견함으로써 입자물리학 표준모형이 완성되었고, 우주의 모든 입자가 어떻게 질량을 얻는지에 대한 50년 묵은 수수께끼가 풀렸습니다.

 

입자가속기와 힉스 입자 발견

 

우주의 가장 작은 구성 요소를 찾는 여정

20세기 초까지 원자는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기본 입자라고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1897년 톰슨의 전자 발견, 1911년 러더퍼드의 원자핵 발견으로 원자가 내부 구조를 가진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1932년 중성자가 발견되면서 원자핵이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졌다는 것이 확립되었습니다. 1930년대부터 우주선을 연구하던 물리학자들은 뮤온, 파이온 같은 새로운 입자들을 발견했습니다. 입자의 종류가 너무 많아지자 이것들이 정말 기본 입자인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1960년대 겔만과 츠바이크는 쿼크 모델을 제안했습니다. 양성자와 중성자는 기본 입자가 아니라 업 쿼크와 다운 쿼크 3개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수학적 편의로 여겨졌지만 1968년 스탠퍼드 선형가속기 센터의 깊은 비탄성 산란 실험으로 쿼크의 실재가 확인되었습니다. 고에너지 전자를 양성자에 충돌시켰더니 내부에 점 같은 구조가 있다는 증거가 나타났습니다. 이후 6종류의 쿼크(업, 다운, 참, 기묘, 꼭대기, 바닥)와 6종류의 렙톤(전자, 뮤온, 타우와 각각의 중성미자)이 발견되었습니다. 이것들이 물질을 이루는 기본 입자이며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점입자입니다. 4가지 기본 힘(전자기력, 약력, 강력, 중력)을 매개하는 게이지 보손도 있습니다. 광자는 전자기력을, W와 Z 보손은 약력을, 글루온은 강력을 전달합니다. 이 모든 것을 통합한 것이 입자물리학 표준모형입니다.

 

LHC가 재현하는 빅뱅 직후의 극한 조건

지하 100미터에 건설된 27킬로미터 거대 고리

대형강입자충돌기는 인류가 만든 가장 거대하고 복잡한 과학 장비입니다.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의 지하 100미터에 둘레 27킬로미터의 원형 터널이 있습니다. 여기에 1232개의 초전도 쌍극자 자석이 설치되어 있고 각 자석은 8.3테슬라의 강력한 자기장을 만듭니다. 지구 자기장의 20만 배입니다. 양성자 빔이 두 방향으로 가속되며 거의 광속의 99.9999991퍼센트에 도달합니다. 이 속도에서 양성자는 정지 질량의 7000배가 넘는 상대론적 질량을 갖습니다. 두 빔이 4곳의 검출기에서 정면 충돌합니다. 초당 약 10억 번의 충돌이 일어나고 각 충돌의 에너지는 13TeV(테라전자볼트)입니다. 이것은 빅뱅 후 1조분의 1초 때의 에너지에 해당합니다. 이렇게 높은 에너지가 필요한 이유는 E=mc²때문입니다. 무거운 새로운 입자를 만들려면 그에 해당하는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힉스 입자의 질량은 양성자의 약 133배이므로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했습니다. 검출기는 충돌로 생성된 입자들의 궤적, 에너지, 운동량을 측정합니다. ATLAS와 CMS는 높이 7층 건물만 한 거대 검출기로 수억 개의 센서가 있습니다. 매초 페타바이트급 데이터가 생성되지만 대부분은 실시간으로 필터링되고 흥미로운 사건만 저장됩니다. 전 세계 수천 명의 물리학자가 데이터를 분석합니다.

힉스 메커니즘과 질량의 기원

1960년대 표준모형이 발전하면서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론에 따르면 W와 Z 보손이 질량을 가지면 안 되는데 실험적으로는 무겁다는 것이 알려졌습니다. 또한 쿼크와 렙톤도 왜 질량을 가지는지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1964년 피터 힉스, 프랑수아 앙글레르 등이 독립적으로 해법을 제안했습니다. 우주 전체에 힉스 장이라는 보이지 않는 장이 가득 차 있고, 입자들이 이 장과 상호작용하면서 질량을 얻는다는 것입니다. 꿀 속을 움직이면 저항을 받듯이 힉스 장과 강하게 상호작용하는 입자는 질량이 크고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입자는 가볍습니다. 광자는 힉스 장과 전혀 상호작용하지 않아 질량이 0입니다. 힉스 장 자체의 양자적 여기가 바로 힉스 입자입니다. 물 표면의 파동이 물 분자로 이루어지듯이 힉스 장의 파동이 힉스 입자입니다. 힉스 입자는 극히 불안정하여 생성 후 즉시 다른 입자로 붕괴합니다. 광자 쌍, Z보손 쌍, 바닥 쿼크 쌍 등으로 붕괴하는데 각각의 확률이 이론으로 예측됩니다. 수십억 번의 충돌 중 극소수만 힉스를 만들고, 붕괴 생성물을 정밀 분석하여 통계적으로 힉스의 신호를 찾아냅니다.

2012년 7월 4일, 역사적 발견의 순간

2012년 7월 4일 CERN에서 역사적 발표가 있었습니다. ATLAS와 CMS 두 독립적인 검출기 모두에서 질량 약 125GeV인 새로운 입자를 5시그마 이상의 통계적 유의도로 발견했습니다. 5시그마는 우연일 확률이 350만분의 1 이하라는 의미로 입자물리학에서 발견을 선언하는 기준입니다. 발표장에는 88세의 피터 힉스가 참석했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48년 전 제안한 입자가 마침내 발견된 것입니다. 이후 정밀 측정으로 이 입자가 스핀 0인 스칼라 보손이고 힉스 이론이 예측한 대로 다른 입자들과 상호작용한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2013년 힉스와 앙글레르는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힉스 입자의 발견은 표준모형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했습니다. 물질이 왜 질량을 가지는지, 우주가 왜 현재의 형태로 존재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이해를 제공했습니다. 만약 힉스 장이 없었다면 모든 입자가 광속으로 날아다니고 원자가 형성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별도 은하도 생명도 존재할 수 없었습니다.

 

입자가속기와 힉스 입자 발견

LHC는 힉스 발견 후에도 계속 작동하며 표준모형을 넘어서는 새로운 물리학을 찾고 있습니다. 초대칭 입자, 여분 차원, 암흑물질 후보 등을 탐색합니다. 2029년부터는 고휘도 LHC로 업그레이드되어 충돌 빈도가 10배 증가합니다. 미래 원형 충돌기(FCC)는 둘레 100킬로미터로 LHC보다 7배 높은 에너지를 목표로 합니다. 중국도 원형 전자양전자 충돌기(CEPC)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입자가속기는 순수 과학 연구뿐 아니라 실용적 응용도 많습니다. 의료용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암 치료용 양성자 빔, 반도체 이온주입, 방사성동위원소 생산 등에 사용됩니다. 월드와이드웹(WWW)도 CERN에서 과학자들 간 정보 공유를 위해 개발되었습니다. LHC 데이터 처리를 위해 개발된 분산 컴퓨팅 기술은 빅데이터 시대를 열었습니다. 입자가속기는 수만 명의 엔지니어, 과학자가 협력하는 국제 프로젝트입니다. 초전도 자석, 극저온 기술, 초고진공, 정밀 제어, 빅데이터 분석 등 첨단 기술의 집약체입니다. 우주의 가장 작은 구성 요소를 연구하는 입자물리학은 역설적으로 우주의 가장 큰 질문들과 연결됩니다. 빅뱅 직후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왜 반물질보다 물질이 많은가?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는 무엇인가? 입자가속기는 이런 근본적 질문에 답하는 인류의 도구이며, 힉스 입자의 발견은 그 여정의 이정표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가 많고 새로운 발견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