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블은 35년째 가동 중입니다. 제임스 웹은 3년 만에 천문학 교과서를 다시 썼습니다. 그리고 2026년 가을 발사될 낸시 그레이스 로먼은 허블의 100배 넓은 시야로 10억 개 은하를 스캔합니다. 세 망원경은 경쟁 관계가 아닙니다. 서로 다른 빛의 파장과 관측 목표로 우주의 다른 층위를 들여다보는 상호 보완적 팀입니다. 우주 망원경 전쟁, 허블과 제임스웹 그리고 낸시 그레이스 로먼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왜 우주 망원경이 필요한가 — 대기권이라는 장벽
지구 표면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우주는 아름답게 보입니다. 하지만 천문학자에게 지구 대기권은 두꺼운 불투명 유리창이나 다름없습니다. 대기는 가시광선 대부분은 통과시키지만, 자외선의 상당 부분을 오존층이 흡수하고, 적외선의 대부분은 수증기와 이산화탄소가 차단합니다. X선이나 감마선은 대기에 완전히 막힙니다. 즉, 지상 망원경으로는 우주가 방출하는 전자기파 스펙트럼의 극히 일부만 볼 수 있습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시상(seeing)'입니다. 대기 내 기온 차이로 발생하는 난류가 별빛을 흔들어 놓습니다. 밤하늘에서 별이 반짝거리는 것이 낭만적으로 보이지만, 천문학자에게는 이미지를 흐리는 적입니다. 지상 최고 성능 망원경의 해상도는 대기 난류 때문에 이론 한계의 수분의 일 수준에 머뭅니다. 대기권 위로 올라가면 이 문제가 사라집니다. 별은 반짝이지 않고 점으로 보이며, 가리는 것 없이 우주가 방출하는 모든 파장의 빛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허블 우주망원경이 1990년 지구 저궤도에 올라간 이유, 그리고 제임스 웹과 로먼이 훨씬 더 먼 우주 공간에 배치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허블 우주망원경 — 35년의 전설, 지금도 현역
허블(Hubble Space Telescope, HST)은 1990년 4월 24일 디스커버리 우주왕복선에 실려 발사됐습니다. 지구 상공 약 547km 저궤도를 약 95분에 한 바퀴 돌며, 가시광선과 근자외선, 근적외선을 관측합니다. 주경 지름은 2.4m. 발사 초기 주경 연마 오류로 이미지가 흐릿하게 나오는 결함이 발견됐지만, 1993년 우주인들이 직접 수리 방문해 교정 광학 장치를 달아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이후 5차례의 우주왕복선 서비스 미션을 통해 기기와 부품이 꾸준히 업그레이드됐습니다. 현재 장착된 기기 중 상당수는 2009년 마지막 서비스 미션의 성과입니다.
2025년 4월, 허블은 35주년을 맞았습니다. 그 숫자가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하려면 통계 몇 가지를 보면 됩니다. 발사 이후 총 관측 횟수 약 170만 회, 관측 대상 천체 약 5만 5,000개, 누적 과학 논문 2만 2,000편 이상, 이 논문들이 받은 인용 횟수 130만 건 이상. 천문학 논문 중 인용이 전혀 없는 비율이 약 33%인데, 허블 데이터 기반 논문 중 인용이 없는 비율은 단 2%입니다. 허블이 만들어내는 과학의 밀도가 그만큼 높다는 뜻입니다.
2026년 3월 현재에도 허블은 왕성하게 활동 중입니다. 2026년 3월 18일에는 허블이 혜성 C/2025 K1(ATLAS)이 실시간으로 분열되는 장면을 우연히 포착해 화제가 됐습니다. 2026년 1월에는 별이 거의 없고 암흑물질로만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후보 암흑 은하(CDG-2)'를 발견했고, 2025년 6월에는 10년 이상의 허블 데이터를 분석해 안드로메다 은하와 우리 은하의 충돌 확률이 기존 예측보다 훨씬 불확실하다는(50:50 수준)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35년이 지나도 허블의 과학적 기여는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허블의 자외선 관측 능력은 JWST가 없는 고유한 영역이며, 당분간 대체 불가능합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 교과서를 다시 쓰는 3년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은 2021년 12월 25일 발사돼 2022년 7월부터 과학 운용을 시작했습니다. 지구에서 약 150만km 떨어진 라그랑주 2(L2) 포인트를 공전합니다. 주경은 지름 6.5m짜리 베릴륨 거울 18개를 황금 코팅해 조합한 것으로, 빛을 모으는 면적이 허블의 약 6.3배입니다. 관측 파장대는 근적외선과 중적외선(0.6~28μm)으로, 가시광선 중심의 허블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우주를 봅니다.
적외선 관측이 핵심인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우주 팽창에 의한 적색편이 — 초기 우주의 빛은 출발 당시 자외선이었더라도 지구에 도달할 때는 적외선으로 변합니다. 초기 우주 은하를 보려면 적외선이 필수입니다. 둘째, 먼지 투과력 — 별이 태어나는 성운 내부는 먼지로 가득 찬 불투명 환경이지만 적외선은 먼지를 통과합니다. 셋째, 저온 천체 검출 — 온도가 낮은 천체(갈색왜성, 외계행성의 대기 등)는 적외선으로만 잘 보입니다.
3년간의 성과는 1호 포스팅에서 상세히 다뤘듯 경이롭습니다. 빅뱅 후 2억 8천만 년 시점의 은하 포착, 암흑물질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단서, 초신성 모체 별 사상 첫 직접 식별, 외계행성 대기 성분의 전례 없는 분석 등. JWST는 설계 수명 10년, 연료 잔량 기준 20년 이상 운용 가능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직 시작도 되지 않은 발견들이 앞에 쌓여 있습니다.
낸시 그레이스 로먼 — 2026년 발사 대기 중인 차세대 망원경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Roman Space Telescope)은 NASA 최초의 수석 천문학자이자 허블 망원경 실현의 초석을 놓은 낸시 그레이스 로먼(1925~2018) 박사의 이름을 딴 차세대 우주 망원경입니다. 2025년 11월 25일,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에서 내부·외부 두 구조물을 합치며 조립이 완성됐습니다. 2026년 3월 현재 최종 진동·음향 시험이 진행 중이며, 2026년 여름 플로리다 케네디 우주센터로 이송 후 팰컨 헤비 로켓에 실려 2026년 9월~2027년 5월 사이에 발사될 예정입니다.
로먼의 목적지는 JWST와 같은 L2 포인트입니다. 주경 지름은 2.4m로 허블과 동일합니다. 그런데 핵심 차별점은 광시야 기기(WFI, Wide Field Instrument)에 있습니다. 로먼의 WFI는 2억 8,800만 화소 카메라로, 한 번의 촬영으로 허블의 적외선 카메라보다 약 200배 넓은 하늘을 담습니다. 허블이 특정 천체를 깊고 정밀하게 보는 망원경이라면, 로먼은 하늘을 광범위하게 스캔하는 '우주 지도 제작자'입니다.
5년의 1차 임무 기간 동안 로먼이 달성할 과학 목표는 세 가지 핵심 서베이로 압축됩니다. 고위도 광역 서베이(High-Latitude Wide-Area Survey)는 10억 개 이상의 은하를 촬영해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의 분포를 역사상 가장 정밀하게 지도화합니다. 고위도 시변 서베이(High-Latitude Time-Domain Survey)는 같은 하늘 구역을 반복 촬영해 초신성·중력 마이크로렌즈 등 변화하는 현상을 추적합니다. 은하 중심부 시변 서베이(Galactic Bulge Time-Domain Survey)는 은하 중심을 반복 관측해 중력 마이크로렌즈 효과로 외계 행성 10만 개 이상을 발견하는 것을 목표합니다. NASA 수석 과학자는 로먼의 5년 임무에서 1억 개의 별, 10억 개의 은하, 10만 개 이상의 외계 세계가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로먼의 두 번째 기기인 코로나그래프 기기(CGI)는 별빛을 차단해 주변을 도는 행성을 직접 촬영하는 기술 시연에 나섭니다. 기존 직접 촬영 기술이 주로 뜨겁고 젊은 목성형 행성에 국한됐다면, CGI는 더 차갑고 오래되고 주인별에 가까운 행성들도 촬영 가능하게 해 '지구를 닮은 행성이 얼마나 흔한가'라는 질문에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습니다.
세 망원경 완전 비교 — 허블 vs 웹 vs 로먼
| 항목 | 🔵 허블 (HST) | 🟡 제임스 웹 (JWST) | 🟠 낸시 그레이스 로먼 |
|---|---|---|---|
| 발사 연도 | 1990년 4월 | 2021년 12월 | 2026년 가을 (예정) |
| 궤도 위치 | 지구 저궤도 547km | 지구-태양 L2 (150만km) | 지구-태양 L2 (150만km) |
| 주경 지름 | 2.4m | 6.5m (18개 거울 조합) | 2.4m |
| 주요 관측 파장 | 자외선·가시광선·근적외선 | 근적외선·중적외선 | 가시광선·근적외선 |
| 시야각(FOV) | 좁음 (0.003 deg²) | 중간 (0.04 deg²) | 매우 넓음 (0.28 deg²) — 허블의 약 100배 |
| 화소 수 | 약 1,600만 화소 (WFC3) | 약 6,700만 화소 (NIRCam) | 약 2억 8,800만 화소 (WFI) |
| 핵심 과학 목표 | 가시광·자외선 우주 관측, 허블 상수 측정, 암흑에너지 발견 (1998년) | 초기 우주 관측, 외계행성 대기, 별·은하 형성 과정 | 암흑에너지·암흑물질 대규모 지도, 외계행성 1만+ 탐색, 우주 역사 매핑 |
| 개발·운용 비용 | 약 150억 달러 (총 35년 누적) | 약 100억 달러 | 약 40억 달러 |
| 설계 수명 | 15년 (5회 서비스로 36년째 가동) | 10년 (연료 기준 20년+ 추정) | 5년 1차 임무 (연장 가능) |
| 현재 상태 (2026년 3월) | 정상 가동 중, 매주 신규 과학 결과 발표 | 정상 가동 중, 발견 속도 최고조 | 진동·음향 시험 완료 직전, 여름 케네디로 이송 예정 |
세 망원경이 함께 만드는 시너지 — 협업의 과학
세 망원경은 경쟁이 아닙니다. NASA가 의도적으로 설계한 상호 보완 시스템입니다. 같은 천체를 세 망원경이 각각 다른 파장으로 동시에 관측하면, 단일 망원경으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입체적 정보가 만들어집니다.
허블의 자외선은 뜨거운 청년 별과 고에너지 현상, 은하 내 가스의 이온화 상태를 드러냅니다. JWST의 중적외선은 그 은하의 먼지 베일 너머를 투과하고, 수십억 광년 전 초기 우주의 빛을 잡아냅니다. 로먼의 광시야 적외선은 이 두 망원경이 하나하나 집중하는 동안, 수억 개의 은하를 한꺼번에 스캔해 우주의 대규모 구조를 지도화합니다. 이미 허블과 JWST는 같은 초신성을 함께 관측해 각자의 데이터를 교차 분석하는 사례가 여럿 나왔습니다. 로먼이 가동되면 이 3중 협업이 본격화됩니다.
외계행성 탐색에서도 역할이 나뉩니다. JWST가 이미 알려진 외계행성의 대기 성분을 정밀 분석하는 동안, 로먼의 은하 중심부 서베이는 지금까지 발견된 것보다 훨씬 많은 새로운 외계행성 후보를 쏟아낼 것입니다. 그 후보들 중 흥미로운 것들을 JWST가 이어받아 상세 분석하는 파이프라인이 형성됩니다. 허블의 자외선 능력은 이 행성들의 대기 탈출 속도와 별의 자외선 플레어가 행성 대기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데 쓰입니다.
암흑에너지 문제는 세 망원경이 가장 긴밀하게 협력하는 주제입니다. 우주 팽창이 가속되고 있다는 것은 1998년 허블 관측으로 처음 발견됐습니다. JWST는 초기 우주의 가속 팽창 증거를 찾고, 로먼은 10억 개 은하의 분포를 지도화해 암흑에너지의 시간적 변화를 추적합니다. 우주의 가속 팽창이 '상수'인지 아니면 시간에 따라 진화하는 동적 힘인지를 밝히는 것이 세 망원경을 아우르는 최종 목표 중 하나입니다.
허블의 미래, 그리고 우주 망원경의 다음 세대
허블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요. 현재 가장 큰 위협은 자이로스코프(자세 제어 장치)의 노화입니다. 원래 6개였던 자이로스코프 중 현재 정상 작동하는 것은 1개뿐이며, 허블은 이 단 하나의 자이로스코프로 운용 중입니다. NASA는 이 상태로도 과학 관측을 지속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것마저 고장나면 상황이 급변합니다. 우주왕복선이 퇴역한 지금, 허블을 수리하러 갈 수단이 현재는 없습니다. 스페이스X 스타십 또는 민간 우주 기업을 통한 서비스 미션 가능성이 때때로 논의되지만, 구체적으로 확정된 계획은 없습니다.
로먼 이후의 다음 우주 망원경도 이미 구상 단계에 있습니다. '차세대 우주 망원경 2040년대 디케이달 서베이(Astro2020 Decadal Survey)'에서 1순위로 권고된 후보는 '생명의 기원 우주 탐사선(Habitable Worlds Observatory, HWO)'으로, 직접 촬영 기술로 지구형 외계 행성의 대기에서 생명 지표(산소, 메탄, 물 등)를 찾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2040년대 발사를 목표로 하며,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인류는 태양계 밖에서 처음으로 생명의 화학적 징후를 직접 보는 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1990년 허블이 처음 우주 사진을 보내온 날부터 지금까지, 우주 망원경이 인류에게 안겨준 가장 큰 선물은 특정 데이터가 아닙니다. 우주가 생각보다 훨씬 크고, 오래되고, 복잡하며, 아름답다는 것 — 그리고 우리가 그 안에서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이미지 하나로 실감하게 해준 것입니다. 허블의 '딥 필드(Deep Field)' 사진 한 장에 담긴 수천 개의 은하, 각각이 수천억 개의 별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마주한 순간의 경이로움이 그 증거입니다. 2026년 로먼이 그 딥 필드를 100배 더 넓은 시야로 매일 촬영하기 시작하면, 그 경이로움은 또다시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될 것입니다.
📚 참고 기관 및 자료 출처
- NASA (미국 항공우주국) — 허블, JWST, 로먼 공식 미션 페이지 (2026년 3월)
- NASA JPL —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 조립 완성 공식 발표 (2025년 12월 4일)
- SpaceNews — 로먼 2026년 9월 발사 목표 공식 발표 (2026년 1월 8일)
- STScI (우주 망원경 과학 연구소) — 로먼 Cycle 1 제안서 일정 및 운용 준비 현황
- ESA/Hubble — 허블 35주년 공식 기념 발표 및 2025년 연간 결산 (2025~2026)
- ESA/Webb — JWST 2025년 주요 발견 연간 하이라이트 (2025년 12월)
- NASASpaceFlight.com — 로먼 조립 완성 및 발사 준비 심층 분석 (2025년 12월)
- Wikipedia — Hubble Space Telescope, Nancy Grace Roman Space Telescope (2026년 3월)
- NASA Astro2020 Decadal Survey — Habitable Worlds Observatory 권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