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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로피와 열역학 제2법칙, 시간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원리

by 나무011 2025. 12. 21.

엔트로피는 무질서도를 나타내는 물리량으로 열역학 제2법칙은 고립계의 엔트로피가 항상 증가한다고 말합니다. 이 법칙은 왜 시간이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지, 왜 깨진 컵은 저절로 복원되지 않는지, 우주의 궁극적 운명은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자연의 가장 근본적인 법칙 중 하나입니다. 오늘은 엔트로피와 열역학 제2법칙, 시간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원리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엔트로피와 열역학 제2법칙
엔트로피와 열역학 제2법칙

 

 

무질서도가 증가하는 방향으로만 시간이 흐른다

물리학의 대부분 법칙은 시간에 대해 대칭적입니다. 뉴턴의 운동 방정식이나 맥스웰의 전자기 방정식을 시간을 거꾸로 돌려도 여전히 성립합니다. 당구공 충돌을 녹화한 영상을 거꾸로 재생해도 물리 법칙에 위배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 경험은 명백히 시간의 방향성을 가집니다. 컵이 떨어져 깨지는 것은 보지만 산산조각 난 컵이 저절로 모여 복원되는 것은 본 적이 없습니다. 방 안의 공기가 한쪽으로만 모이거나 향수 분자가 다시 병 속으로 돌아가는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 비가역성의 근원이 바로 엔트로피 증가 법칙입니다. 19세기 중반 루돌프 클라우지우스는 열이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만 흐르고 그 역은 자발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정량화하기 위해 엔트로피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가역 과정에서 엔트로피 변화는 열량을 온도로 나눈 값이지만, 실제 모든 자발적 과정은 비가역적이며 엔트로피를 증가시킵니다. 얼음이 녹고 설탕이 커피에 녹고 가스가 진공으로 확산되는 모든 자발적 과정은 엔트로피를 증가시킵니다. 엔트로피 증가는 확률의 문제입니다. 높은 엔트로피 상태가 낮은 엔트로피 상태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미시 상태로 실현될 수 있기 때문에 통계적으로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진행됩니다.

 

엔트로피와 열역학 제2법칙

엔트로피를 확률로 이해하기

루트비히 볼츠만은 엔트로피를 미시적 관점에서 재해석했습니다. 그는 엔트로피가 특정 거시 상태를 실현할 수 있는 미시 상태의 개수와 관련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볼츠만의 유명한 공식 S = k log W에서 S는 엔트로피, k는 볼츠만 상수, W는 미시 상태의 개수입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상자를 둘로 나누고 4개의 기체 분자를 넣었다고 가정합시다. 모든 분자가 왼쪽에만 있는 상태는 단 1가지 방법으로 실현됩니다. 하지만 양쪽에 2개씩 있는 상태는 6가지 방법으로 실현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균등 분포가 한쪽 몰림보다 6배 더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 기체는 10²³개 정도의 분자를 포함하므로 한쪽으로 몰릴 확률은 사실상 0입니다. 엔트로피가 낮은 상태에서 높은 상태로 가는 것은 가능한 상태가 극히 적은 특수한 배치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일반적 배치로 가는 것입니다. 이것은 물리 법칙이 금지해서가 아니라 통계적으로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깨진 컵 조각들이 우연히 정확한 순서로 결합하여 원래 컵으로 복원될 확률은 0은 아니지만 우주의 나이보다 훨씬 긴 시간을 기다려도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낮습니다. 볼츠만의 해석은 맥스웰의 악마라는 사고실험과도 연결됩니다. 만약 분자 하나하나의 속도를 알고 제어할 수 있는 악마가 있다면 엔트로피 감소를 일으킬 수 있을까요? 현대 정보이론은 관측과 제어 자체가 엔트로피를 발생시키므로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열역학 제2법칙의 보편성

열역학 제2법칙은 단순히 열기관의 효율에 관한 것이 아니라 우주의 근본 법칙입니다. 에너지 보존을 다루는 제1법칙과 달리 제2법칙은 과정의 방향성을 규정합니다. 완벽한 열기관을 만들 수 없는 이유도 제2법칙 때문입니다. 카르노는 열기관의 최대 효율이 고온 열원과 저온 열원의 온도 차이에 의해 제한된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아무리 잘 설계해도 받은 열을 100퍼센트 일로 변환할 수 없고 일부는 반드시 저온 열원으로 버려져야 합니다. 발전소가 강이나 바다로 열을 방출하는 이유입니다. 냉장고나 에어컨도 제2법칙의 제약을 받습니다. 열을 차가운 곳에서 뜨거운 곳으로 옮기려면 반드시 일을 해야 합니다. 저절로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생명체도 예외가 아닙니다. 생명은 질서를 만들어내므로 엔트로피를 감소시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음식물을 소화하고 열을 방출하며 주변 환경의 엔트로피를 더 많이 증가시킵니다. 국소적으로는 엔트로피가 감소할 수 있지만 전체 시스템으로 보면 항상 증가합니다. 이것은 자기 조직화 현상, 결정 성장, 생명의 진화 같은 질서 증가 과정에도 적용됩니다.

우주의 열사와 궁극적 운명

열역학 제2법칙을 우주 전체에 적용하면 놀라운 결론에 도달합니다. 우주가 고립계라면 그 엔트로피는 계속 증가하여 결국 최대값에 도달할 것입니다. 이 상태를 열사 또는 열적 죽음이라고 합니다. 모든 온도 차이가 사라지고 에너지가 균등하게 분포하여 더 이상 어떤 일도 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별들은 모두 연료를 소진하고 블랙홀마저 호킹 복사로 증발하며 우주는 희박한 복사와 입자만 남은 차갑고 어두운 공간이 됩니다. 이것이 수십억 년 후 우주의 모습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현재 우주는 낮은 엔트로피 상태에 있습니다. 빅뱅 직후 우주는 극히 낮은 엔트로피로 시작했습니다. 왜 그랬는지는 현대 물리학의 큰 미스터리 중 하나입니다. 로저 펜로즈는 초기 우주의 중력장이 매우 균일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균일한 중력장은 낮은 엔트로피 상태이며, 이후 중력 붕괴로 별과 은하가 형성되면서 엔트로피가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시간의 화살이 엔트로피 증가 방향과 일치하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엔트로피가 우리가 인식하는 시간의 방향을 정의합니다.

 

정보 엔트로피와 블랙홀의 비밀

20세기 중반 클로드 섀넌은 정보이론에서 엔트로피 개념을 독립적으로 개발했습니다. 놀랍게도 정보 엔트로피와 물리적 엔트로피는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정보를 지우는 과정은 반드시 열을 발생시키며 엔트로피를 증가시킵니다. 란다우어 원리는 1비트의 정보를 지우려면 최소한 kT ln2 만큼의 에너지를 열로 방출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컴퓨터의 근본적인 열적 한계를 설정합니다. 양자컴퓨터도 이 한계를 피할 수 없습니다. 블랙홀은 엔트로피와 정보의 관계를 극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스티븐 호킹과 제이콥 벡켄슈타인은 블랙홀이 엔트로피를 가지며, 그 값이 사건의 지평선 면적에 비례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블랙홀 엔트로피는 우주에서 가장 큰 엔트로피입니다. 이것은 홀로그래픽 원리라는 심오한 개념으로 이어졌습니다. 3차원 공간의 모든 정보가 2차원 경계면에 인코딩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블랙홀 정보 역설은 현대 물리학의 가장 큰 미스터리입니다. 블랙홀에 떨어진 정보가 호킹 복사로 방출될 때 보존되는지 아니면 영원히 사라지는지에 대한 논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최근 연구들은 정보가 보존되지만 극도로 뒤섞인 형태로 나온다고 제안합니다. 엔트로피는 열역학에서 시작하여 통계역학, 정보이론, 양자역학, 우주론, 심지어 생명의 본질까지 연결하는 물리학의 가장 보편적이고 깊은 개념 중 하나입니다.